<사진 왼쪽부터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 김재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
일본의 엔저 공세에 우리 정부와 통화당국도 고민에 빠졌다. 일본에 수출비중이 큰 한국으로서는 계속되는 엔화 약세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엔저 공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거시건전성 3종 세트 등 단기적인 대책과 함께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이 리스크에 대비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먼저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하는 것과 관련해선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향후 비용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환율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효과가 크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면서도 "한계선상에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책은 어느 정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은 지금 20년 동안 힘들게 있다가 (엔저 정책으로 인해) 특별한 맛을 보고 있다. 쉽사리 놓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도 여기에 맞춰 자구적인 대응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에 환변동보험 가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4일 환변동보험 인수규모를 당초(1조5000억원) 계획에서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해 중소기업의 환위험 대응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정부가 환율 외환안정 3종 세트 같은 걸 계획적으로 잘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대기업 같은 경우는 중소기업에 비해서 환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돼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
임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서 환율 리스크를 대비한다는 것 자체가 비용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는데, 선물시장을 이용하는 비용문제를 덜어주기 위한 인센티브를 준다면 향후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공동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고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환변동보험이라든지 선물환시장 등을 이용해 장기적으로 자체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엔저 환경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기업들도 자생적인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엔저 문제는) 정부 지원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 상품에 옵션을 붙이는 등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정부가 직접적으로 수출보조금을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재무상황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식의 유동성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대출은 언젠간 기업이 갚아야 할 채무이기 때문에 사실상 기업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장기적인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 자금흐름을 안정화시켜야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인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자체적으로 일본에서 수입하던 부품들을 한국 제품으로 돌리고, 해외 시장에서는 같은 품질이라도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국은 더 빠른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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