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도피성 해외 개발사업은 '사상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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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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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쟁 등으로 사업 중단 사례 속출<br/>자금 조달 등 리크스 해소 위한 정책 필요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국내 건설업체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단순 건축·토목공사에 그치던 수주분야도 점차 다양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어느 정도 자금력을 갖춘 건설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사업비를 투입하는 개발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화건설이 이라크에서 최대 규모인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77억5000만 달러)을 따낸 바 있다. 최근 들어선 부영그룹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미니 신도시급 '부영타운' 기공식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 개발사업은 일반적인 도급공사와는 달리 건설사가 짊어질 리스크가 적지 않아 섣불리 추진했다가는 심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사업성·분쟁 등으로 사업 중단 속출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경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외 개발사업에 도전했다가 쓴맛을 본 건설사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 무리한 투자는 회사 유동성에 영향을 미쳐 부도처리되거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현재 법정관리 중인 A건설은 지난 2006년 카자흐스탄에서 주거·상업 복합단지 애플타운 건립을 추진했다. 일부 단지는 공사까지 마쳤지만 이후 분양 실패 등으로 사업성 악화를 겪으면서 결국 4600억원가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만 떠안았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현재 PF 채권은 물론 A건설사 보유자산 매각 등을 추진 중이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B건설은 2009년부터 가나에서 20만가구 주택 건설을 추진했다. 사업비만 100억 달러에 이르는 매머드급 주택사업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3만가구 시범주택 건설계약을 체결하며 순조롭게 추진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듬해 현지법인 위법행위로 내부 분쟁이 발생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부영그룹이 부영타운을 짓기로 한 캄보디아 프놈펜은 최근 몇 년간 국내 건설사들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여건이 좋지 않다. 캄보디아에서만 국내 10여개 건설사가 사업성 악화로 현지 법인을 철수하거나 공사를 중단했다.

C건설은 프놈펜 중심업무지구 내 6만8000여㎡ 부지에 1조원을 들여 업무·교육·거주지구를 개발하는 IFC 프놈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지 주택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되자 지난해 4월 다른 시행업체에 부지를 매각하고 현지 법인을 청산했다.

주거복합 신도시 공사를 진행하던 D건설은 200억원가량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가운데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이다. 프놈펜 번화가에 오피스 빌딩을 짓던 E건설도 최근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 정부 차원 금융지원 등 리스크 해소 필요

이처럼 해외 개발사업에 뛰어든 건설사들이 잇따라 실패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현지 사정에 어둡거나 사업성 악화 및 현지 업체와의 분쟁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혔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아파트 건설을 추진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지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것이 실패 원인"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고환율정책을 펼친 탓에 원가율이 급등한 것도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특히 사업 특성상 많은 자본이 필요한데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금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는 그래도 자금조달이 쉽지만 중견·중소건설사는 막막한 경우가 많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개발사업 하나를 추진하려고 해도 입찰과 계약 이행, 본공사 등 절차별로 발주처로부터 보증을 받아야 한다"며 "보증금액에 상응하는 담보가 부족해 국내 금융권으로부터 거절을 당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 관계자는 "리스크가 높은 해외 개발사업의 경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저리의 금융지원이 관건"이라며 "시중보다 금리가 낮은 정책금융이나 대외경제협력기금, 세계은행 등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금융 주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송병록 코리아인프라스트럭처 대표는 "해외건설 정책·지원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며 "해외 개발사업 지원기관간 통합정보망을 구축하는 등 업무 협조를 의무화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금융지원 상품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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