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으로 촉발된 사고부터 이른바 관행이란 이름 아래 벌어지던 ‘갑의 횡포’, 임원들의 윤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소재도 다양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터지는 사건·사고로 인해 대기업들이 치르는 홍역은 사회 전반을 흔들만큼 문제가 되고 있다.
◇ 안전사고 불감증
이날 오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기로 안에서 작업중이던 근로자 5명이 가스에 질식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전기로 내부 작업시 산소 부족 등 작업환경의 특성에 따른 안전 의무를 고려하지 않은채 작업을 실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이며, 회사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중이다.
사고 현장은 지름 5m, 깊이 8m 크기의 전기로로, 이들 근로자들은 재가동을 위해 전기로에 내화벽돌을 축조하는 작업을 하던 도중 산소 부족으로 인해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철소 내에는 근로자들이 사소한 부주의에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통상 근로자들이 조업을 하기 전에는 안전장비 착용과 비상상황 대처 방안 등에 관해 교육을 받고 관리를 한다.
이로 인해 이번 사고는 현대제철은 물론 근로자들이 소속된 한국내화측이 이들이 작업에 투입될 때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안전 사고에서 예외일 수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화성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직원 3명이 부상했다.
이 공장에서 누출사고가 일어난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1월에 발생한 사고 당시에는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두번째 사고 발생 이후 삼성전자 전동수 메모리사업 사장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불난 곳에 기름을 끼얹었다.
전 사장은 지난 8일 서초동 삼성 본사에서 사장단 회의 후 “불산 누출 사고가 두 번이나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 조치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돈만 벌면 되잖아요”라고 말해 경영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전 사장은 자신이 한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다음날 곧바로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안전 불감증으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은 대충 나열만 하더라도 한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LG실트론도 지난 3월 불산·질산·초산 등이 섞인 혼산이 누출된데 이어 같은 달 22일에도 폐수처리장 이송 배관 균열로 폐혼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업의 안전 사고는 업종도 가리지 않는다.
앞서 한진택배는 물류터미널에서 상차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주차유도원 없이 후진하는 트레일러에 치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났지만 작업장의 안전관리 소홀이 불러온 예고된 사고라는 지적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도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는 50대 직원 조모씨가 타이어 틀을 만드는 성형공정에서 설비기계에 끼는 사고를 당했다.
조 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난해 9월에도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생겨 회사 측에서 안전장치를 강화한 뒤 발생했다는 점이다.
금호타이어 측은 사고원인에 대해 면밀히 알아보고 있으나, 설비나 센서 등 안전장치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 윤리 경영은 어디로?
지난달 한 임원의 승무원 폭행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포스코에너지는 윤리 경영에 대한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여성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알려졌던 것.
이 사건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강조하던 윤리 경영에 큰 타격을 주는가 싶더니 일명 ‘라면 상무’ 파문으로 사태가 확대되며 이른바 ‘갑’ 문화에 대한 사회적 문제로 번졌다.
라면 상무 사건은 남양유업의 ‘조폭 우유’ 사건으로 바통을 넘겼다.
이달 초 ‘갑중의 갑’으로 부리우던 남양유업의 영업사원이 위압적인 태도로 ‘을’의 입장인 대리점주에게 강매를 요구하는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후 그 동안 행해왔던 남양유업의 행태가 만천하에 알려졌다.
남양유업 사건은 그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우던 ‘을’의 분노를 한꺼번에 터뜨렸다.
남양유업은 이후 대국민사과까지 벌였지만 들끓는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터진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의 ‘뒷돈’ 챙기기는 앞서 나열한 사건들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일 정도다.
9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본부 소속 임직원 25명이 하청업체 7곳으로부터 10여년간 떡값 25억원을 받은 사실이 내부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하청업체에 건넬 대금을 부풀려 계약한 뒤 그만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뒷돈을 챙겼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부 임직원들이 장시간 협력업체를 통해 돈을 부풀려 받고 이를 유용했다“며 ”지난해 이 같은 사실을 조사해 관련자들을 해고하는 등 중징계를 내렸고 관련 부서 역시 이미 해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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