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업종간의 융합, 이를 통한 새로운 국가적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사고를 하고, 그 구상을 결과물로 창조할 수 있는 ‘산업의 예술가’를 키워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SW 인력 양성의 필요성은 이미 1990년대 정보기술(IT) 산업이 태동했던 시기에 이미 제기됐다는 점에서, 조금만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범 국가적으로 과감한 투자가 진행됐더라면 어땠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SW인재 10만 양병설’을 주창했던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명예회장(현 퇴계학연구원 이사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삼보컴퓨터를 설립해 국내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PC)를 개발한 이 전 명예회장은 국내 최초의 한글 워드프로세서인 ‘보석글’을 비롯해 행정전산망용 자동화 프로그램, 컴퓨터 학습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해 불법 복제와 수입에 의존해왔던 초기 한국 SW산업이 국산화를 여는 데 공헌했던 벤처 1세대다.
SW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부회장을 맡으며 평소 생각해 왔던 ‘SW인재 10만 양병설’이라는 밑그림을 그려 국회와 정부, 국민들에게 이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10만 양병설’의 핵심은 ‘확실한 투자를 통해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자’는 것이었다. 정부가 연간 1조원씩 10년간 10조원을 들여 SW 부문 초대형 프로젝트를 제안해 글로벌 SW기업에 발주한다. 또한 한국인 고급인력을 채용할 경우 5년간 임금을 정부가 지급하며, 필요하다면 카네기멜론 같은 해외 유수 대학의 석사학위 취득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조건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핵심 업무에 한국인 인재를 배치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봐도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제도를 제안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한국에는 숙달된 인재들이 많았지만 한 차원 높은 일감을 구하지 못해 잠재력은 있으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여기에 당시 SW산업은 소수의 대기업 계열사들이 과점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자본이나 규모가 영세해 글로벌 기업의 협력업체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 인재들에게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하지만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기술을 접할 수 있게 한다면 자신들이 그어놓은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한 10년간의 투자를 통해 10만의 핵심 기술자를 양성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가치사슬이 이어져 하위 기술자를 포함해 1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100만명의 전문가가 있는 한국에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도 이어질 것이고, 이를 통해 한국은 핀란드와 아일랜드는 물론 인도와 중국 등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SW개발 국가로 도약해 10조원의 투자를 훨씬 뛰어넘는 또 하나의 국가 전략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러한 소신을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등에게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고, 실제 실무적인 선에서 검토도 이뤄졌으나 이런 저런 사연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이 회장과 함께 SW산업 발전안을 구상했다는 전 전경련 고위 임원은 “그의 주장이 반영돼 핵심 인재들이 양성됐더라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간 스마트폰 콘텐츠 산업 주도권 다툼과 굴뚝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지식산업화 경쟁에서 한국이 더 많은 주도권을 얻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며 “산업계가 주도하는 것도 좋지만, 정부도 조금만 더 미래를 내다보고 전 세계를 놀라게 할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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