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베이징 농민공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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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7-2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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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기자가 베이징에서 거주하는 아파트 앞에는 대형 오피스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농민공들의 생활상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출퇴근용 버스는 20년전에나 만들어졌을 것처럼 낡았고, 안에는 에어컨이 달려있지 않아 농민공들이 땀을 흘리며 연신 부채질을 해댄다. 단 1분도 앉아있기 힘들 것 같은 버스의 좌석은 이미 다 찼고 버스 바닥에도 사람들이 발디딜 틈도 없이 앉아 있다. 농민공들을 빼곡히 싣고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어디론가 사라지는 퇴근버스를 보고 있으면, 기자가 경험해 보지도 못했던 가난에 절로 마음이 찡해온다.

퇴근하는 농민공들과 달리 또 한무리의 농민공들은 공사장 안에 지어진 임시철판 가옥에 거주한다. 가옥 안팎으로 구멍 송송 난 빨래들이 바람에 날린다. 저녁식사시간이 되면 공사장 앞에 좌판이 펼쳐진다. 탁자도 의자도 없다. 음식을 파는 리어카만 있을 뿐이다. 이들은 길거리에 걸터앉아 자욱한 먼지와 자동차 매연을 마시며, 일회용 용기에 담아져 나오는 덮밥이나 국수로 한끼 요기를 한다.

밥위에 가지와 목이버섯 볶음이 얹어진 덮밥은 한그릇에 5위안(한화 약 900원)이다. 그 품질이 좋을 리 없다. 4위안에 판매하는 백주 300ml 한병을 놓고 반주삼아 마시는 농민공들도 여럿 눈에 띈다. 이들의 한달 급여는 2000위안(약 36만원) 남짓이다. 이들의 가난한 운명에 돕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지만, 기자가 도울 방법이라곤 애써 못 본 척 지나치는 것 말고는 딱히 없다.

공사중인 이 오피스건물은 지난해 분양을 시작했다. 올 초만 해도 1㎡에 5만위안이었던 분양가는 완공이 다가오며 7만위안으로 뛰었다. 한국 평수로 계산하면 한 평당 4000만원이 넘는다. 농민공 1명이 120개월간 꼬박 월급을 모아야 겨우 한 평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이 오피스빌딩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구매하겠다는 부유층이 즐비해 가격은 더 오를 태세다.

이처럼 중국의 빈부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베이징대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상위 5% 가정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하위 5% 가정의 23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 1인당 평균 월소득은 1만3033위안이었다. 이 중 상위 5%의 1인당 소득은 3만4300 위안, 하위 5%의 소득은 고작 1000위안에 불과했다.

가까운 미래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소요가 발생해 중국이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민들의 의식주 물가는 무척 저렴한 편이어서, 낮은 수입이라도 먹고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며 농민공발 대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 기자가 목격한 농민공들의 표정 역시 그리 어둡거나 불만에 가득 찬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불평등에 지쳐 일어서는 광경은 중국에게 끔찍한 악몽이다. 다행히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끄는 중국 정부는 상황을 개선해보겠다는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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