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고 정몽현 현대그룹 회장 10주기 추모 학술 세미나에 패널들이 통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타계 10주기를 맞아 30일 오후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추모 학술 세미나 현장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호텔측이 의자를 추가로 설치해야 할 만큼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통일’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대북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민간 차원의 남북경제 교류의 물꼬를 텄던 고인이었기 때문에 ‘통일’은 가장 어울리는 주제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은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 부자가 이뤄낸 성과로 현대그룹의 숙원사업이자 남북 평화 무드 조성의 상징이었다. 김주형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정 회장은 경제인으로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비전 제시자로서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며 “냉철한 지혜와 더불어 따뜻한 가슴을 지녔던 분”이라고 추억했다.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지켜봤던 남북간 개성공단 협상이 결렬 되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에 이어 개성공단까지 완전히 중단될 위기 상황에 까지 놓였다. 만약 정 회장이 살아서 현재의 상황을 지켜본다면 그 누구보다 가장 슬퍼했을 것이다. 김 원장도 “남북관계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회장님의 창조적 식견과 진취적 기상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생각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런 배경 때문이어서인지 세미나는 더욱 관심을 모았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의 사회로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패널로 참가해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하고, 통일에 대한 현재의 인식과 문제점, 해결 방안 등에 대한 방안을 발표하고 의견을 주고 받았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결론은 “통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의문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군사·경제적 대치 상황에 지친 일부 국민들이 “과연 통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물음을 제기하고, “해도 우리에게 많은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는 회의스런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이 21세기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1200년 이상 한 민족, 하나의 국가로 지내온 한반도를 원위치 시키기 위해서라도 통일은 이뤄내야 할 과제라고 참석자들은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펼쳤던 통일에 대한 열망을 하루빨리 되살려 내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안착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세미나장에 참석해 무대 뒷 편에 걸린 남편의 사진을 말없이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별도의 인사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굴 표정에는 많은 사람이 여전히 고인을 기억하고 있어 주는 데 대한 고마움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와 주기를 원했던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인의 작은 아버지이자 형제, 조카들인 ‘범 현대가’ 사람들이다. 정 회장이 생전에 사업관계를 맺었던 은행과 기업들은 화환을 보내왔지만 범 현대가에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일곱 번째 아들이자 고인의 동생인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에서 보낸 게 고작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미나 개최 이전 주요 인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낼 때 범 현대가에도 이를 보냈다고 한다. 갈등이라고 표현하기에 많은 시간이 지난 현재, 하지만 여전히 앙금은 풀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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