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어린이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려면

<지영환·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한국범죄심리학회 이사>

지영환·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한국범죄심리학회 이사= 1994년 미국 뉴저지 주의 해밀턴 타운쉽에서 일곱 살 소녀였던 메간 니콜 칸카 양이 이웃집에 살던 제시 티멘디카스라는 남자에게 강간살해 됐다. 범인은 소아에 대한 성적 도착증이 있는 자로서 두 번의 성범죄 전과가 있었다.

이에 대하여 메간 양의 부모는 만약 이웃에 성범죄 전과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집에 딸을 혼자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성범죄 전과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률의 제정을 촉구하는 운동을 시작하였다. 이 운동은 성범죄자들의 강제적 등록제도와 통지제도의 입법화를 이끌어 냈고, 뉴저지 주의 메간법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 후 1996년 5월 17일에는 연방메간법이 제정되었으며, 현재 모든 주가 이 법을 제정하였다. 각 주마다 법률의 내용은 큰 차이 없이 유사한 규정들을 두고 있으며, 성범죄자의 등록 및 공개에 관한 각 주법과 연방 법률을 통틀어‘메간법’이라 불리고 있다.

메간법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등록·공개함으로써 성범죄자로부터 아동, 청소년 및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지역사회의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동법률의 특징으로는 성범죄자 신상정보의 등록과 공개, 성범죄자에 대한 강화된 법정형, 그리고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민사책임 등이 있고, 이 가운데 지역사회통보제도는 성범죄자의 소재나 정보를 지역사회에 통보하는 것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공중의 인식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온 국민이 경악 했던 연쇄 성폭행 사건과 아동 성폭행 살인사건을 계기로 성폭력범죄의 심각성과 피해자의 참담한 현실이 관심을 받았다. 특히 조두순 사건의 발생 후, 성폭력범죄 피해아동과 그 가족의 고통이 세상에 보도되면서 성폭력 가해자의 관리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성적 살인은 가학성이 내재되어 있는 성적 갈등에 의해 주로 동기화된 살인이나 혹은 살인 자체가 성적인 흥분을 불러오는 경우를 일컫는다. 성적 살인범들의 특성은 어머니와의 관계에 있어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고, 종종 동물 학대의 전력이 있다. 병리적 거짓말과 기만, 타인을 지배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 관음증이나 물품음란증 등의 성도착, 반복적 의식 행위로 피해자에게 모욕, 쾌락, 속박, 고문을 통해 옷이나 소지품을 챙겨가고 범죄 현장을 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성폭력범죄의 경우 재범의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성폭력 범죄경력이 있는 자에 의해 또 다른 성범죄가 자행되고 그에 따른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실정에 맞는 체계적인 성폭력범죄 가해자의 관리와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다 충실한 보호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난 6월 19일 성범죄 관련 법 개정은 성폭력 피해를 막기 위한 새로운 출발선이지 그 자체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성범죄 예방과 수사는 전문가 양성과 역할이 선행돼야 하며 피해 진술 녹화 전 경찰이 부모를 면담하는 과정에 참여해 사건의 특징과 아동의 상태를 파악하고 아동의 발달, 심리 상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조사 시기와 수사 방향 설정을 협의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피해 회복관점에서 기본적으로 갖는 권리와 수사단계·재판과정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신고절차, 피해자 치료·보호시설 안내, 치료 프로그램의 정착이 중요하다.

지난 7월 16일 중국 동포인 피의자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경기도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7살 유치원생을 납치하여 렌터카로 갈아탔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고학수사와 GPS장치를 추적해 순찰차와 헬기를 활용해 전북에서 검거했다. 아이는 무사히 구조돼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법질서의 최후 보루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근무에 임하는 정신을 지녀야 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아동·여성·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보장은 헌법적 책무이기도 하다. 치안 투자는 기본이라는 인식도 중요하다. 오는 10월 정기국회에서 입법 및 예산 심의과정에 적극 반영되어 치안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 될 수 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