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통주를 찾아서> 무형문화 유산 전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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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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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선국 기자=술은 예절에서 시작해 예의로 끝난다.
청주 술뜨기

대한민국 사람은 예부터 술을 마시는 절차와 규칙, 자세 등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겼다. 술을 마시면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정신자세를 통해 ‘인간 본래의 숭고한 정신과 깨끗한 물질인 술이 한 데 어우러져 이루는 조화의 경지에 이르는 데’ 음주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학생 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전통 문화체험장에서 교육생들이 전통주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음주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게 곧 예의와 예절이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의 저서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술’을 보면, 조선 성종 5년에 편찬된 ‘국조오례의’에 기록된 항음주례(鄕飮酒禮)에는 고을이나 마을 단위의 덕망있는 사람이 향리의 노인과 어른을 초청해 술을 대접하고 공경하는 예의를 통해 백성과 젊은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을 음주의 목표로 한다. 손님을 맞이할 때, 술잔을 씻을 때, 술잔을 주고받을 때마다 절을 함으로써 상대편에 대한 청결과 공경심을 키우고 더불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다.

음주예절에는 절차와 규칙이 있다.
연잎술잔을 전통주를 따라 마시는 모습.

술을 처음 권하는 것을 ‘예청(禮請)한다’하고 처음 예청을 사양하는 것을 ‘예사(禮辭)한다’고 표현한다. 거듭 청하는 것을 ‘고청(苦請)한다’고 하고 거듭 사양하는 것을 ‘고사(苦辭)한다’고 한다. 세 번 째 술을 권하는 것을 ‘강청(强請)’, 강청에 끝까지 사양하는 것을 ‘종사(從辭)한다’고 칭한다. ‘종사에 이르면 더 이상 권하지 않는 것이 예법’이라고 가르쳤다.
전통 음주 예절에 대한 교육

이같은 향음주례의 전통은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대한민국 전통주 문화
예부터 우리 조상은 술을 단순한 기호음료로 여기지 않았다. 술은 약을 복용하거나 약재를 저장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한국인은 술에 약재를 넣어 약용 성분을 우려내는 독특한 양조기술을 발전시켰다.

가향약주(加香藥酒) 또는 향약주(香藥酒)라 불리는 술은 약용으로 빚은 술이나 식물의 꽃이나 잎, 줄기, 뿌리를 넣어 독특한 향이나 빛깔을 낸다.
경운궁 앞에서 열린 외국인을 위한 전통주 관련 야외 전시회

고두밥과 누룩, 물을 섞어 만든 한국 전통주는 보통 ‘약주’라고 한다. 여기에 국화를 넣으면 국화주, 진달래꽃을 넣으면 두견주, 송순을 넣으면 송순주, 연잎을 넣으면, 연엽주, 인삼을 넣으면 인삼주가 된다.

또 탁주나 청주, 약주를 증류해 만든 민자소주에 각종 한약재를 넣은 혼성약주나 재제주를 만들어 건강을 증진할 뿐 아니라 병까지 치료하는 등 뛰어난 양조기술을 보유했다.
전통술방

이에 한국의 전통주는 주정에 물과 조미료를 섞어 희석시킨 일반 소주나, 과실주를 증류시켜 만든 양주 따위보다 건강한 술이다.

◇한국인은 술을 ‘빚는다’
한국 사람들은 예부터 ‘인간은 술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음식보다 두렵고 힘든 일로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술은 ‘빚는다’는 말로 표현해 왔다.
전통주 원료와 재료

술을 빚는다는 의미는 세 가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정성을 다하고 천지신명께 빌었다’는 의미로 술을 만드는 효모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빌었다는 뜻이다. 여기엔 실패의 두려움도 내포돼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인 효모균을 잘 다루는 능력과 원하는 향기와 맛의 술을 얻어내려는 노력이 술을 잘 빚는 기술이었다.

둘째 ‘신께 바치고 인간이 나눠 마시면서 감흥으로 상호간의 소통을 기원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인은 알코올은 효모의 대사산물로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다. 이에 술 마시는 일은 경계하고 마신 후의 예의범절을 철저히 교육한 것이다.

예로부터 술은 사람이 아니라 ‘신을 위한 신성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그 해 수확한 최고의 식재료로 온갖 정성을 다해 술이 익기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셋째 술을 빚는데 있어 반드시 목적과 대상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무슨 술을 누구를 위해 빚는가, 술을 마시는 사람이 어떤 취향인지에 따라 다른 술을 빚었다는 의미이다. 집안 어른, 초대 손님, 귀신, 농사술, 잔치술, 이문을 남기기 위해 파는 술, 선물용 등 술 마실 대상과 용도, 목적에 따라 술 빚는 재료나 방법을 달리했다.

불과 10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신과 자연신을 위해 술을 빚었고 그렇게 빚은 술로 잔치, 농사, 손님 접대에 내어놓고 예로써 대접해 왔다.

이처럼 술은 항상 최고의 귀한 음식이다. 바쁜 일과 중에도 술은 항상 집안에 마련해 두었고 함부로 마시지도 않았으며 마시는 데에는 반드시 예와 풍류가 따랐다. 전통적으로 술은 팔기 위해 빚는 술이 아닌, 내어다 올리는 제물의 개념이었다.

◇대한민국의 가양주문화

우리나라는 ‘가양주(家釀酒)’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었다. 가양주는 자전풀이 그대로 ‘집에서 빚은 술’을 말한다.
다양한 전통주 원료와 재료

지방, 가문, 빚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 독특한 방법과 기술을 발휘한 가양주들이 존재했다. 이같은 배경에서 ‘명가명주(名家銘酒)’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연꽃을 이용한 전통 누룩

명가명주란 '사대부 등 이름 있는 집안에 맛있는 술이 있다'는 뜻이다. 이들의 집에는 손님의 출입이 빈번했다. 또 내외의 손님 접대에 있어 술 접대가 예와 도리로 인식돼 저마다 미주를 빚어 손님 접대를 비롯해 제사, 차례 등에 쓰였다.

가양주는 쌀과 누룩, 물을 주원료로 한다. 여기에 가향재(加香材)나 약용약재(藥用藥材)를 첨가해 발효, 숙성시킨 술이다. 일체의 화학적 첨가물 없이 순수한 곡물에 누룩과 물을 섞어 빚는 방법의 술과 우리 고유의 양조방법으로 이루어진 모든 술을 가양주라고 한다.

예로부터 가양주는 신과 조상, 임금에게 바쳤다. 또 임금으로부터 신하에게 가양주가 하사됐다. 이는 ‘작(爵)’으로서 벼슬이 되기도 했다. 작은 본래 ’한껏 넉넉하다‘는 뜻으로 술잔에 대한 총칭이었다. 공작, 백작, 후작, 남작, 자작 등 오등작의 벼슬이 여기서 생겨났다. 임금은 명절이나 축일에는 술을 내려 신하들에게 상을 주었다. 정초에는 모든 신하들에게 주과(酒果)를 내렸고 이를 받는 신하는 충성을 맹세했다.

서민들은 술을 내어 손님을 대접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차를 내어 손님을 접대하듯 우리는 술을 내어 손님을 접대했다. 특히 일생의 중대사였던 혼례, 상례 등과 손님 접대에 정성을 다하고 예를 갖춰 잘 대접하는 것을 도리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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