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풍운동에 이직하겠다고? 중국 공무원에 비난 빗발

지난해 중국의 공무원시험에 원서를 접수시키기 위해 모여든 취업준비생들.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공무원들이 중국 당국의 거센 정풍운동으로 인해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심지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후 각계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일렁이고 있다. 중국에서 철밥통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던 공무원이었지만 지금은 비난의 대상이자 국가의 공적으로까지 추락해가는 모습이다. 

지난 9일 신경보가 베이징(北京), 헤이룽장(黑龍江), 장쑤(江蘇), 푸젠(福建), 산시(山西) 등지의 공무원 100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어떠한 선물도 못 받았다는 이가 79%에 달했으며, 공무원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응답이 9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는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들은 부서별로 지급됐던 연말 선물이나 부서간 연말 회식 문화도 거의 사라졌다고 답했다. 92%의 공무원은 금지령 발표 후 가장 큰 변화로 월급 외 부가수입이 줄어든 점을 꼽았으며, 공무원의 96%는 정부의 금지령이 과도하게 엄격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반응의 원인은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강한 정풍운동에 있다. 시진핑 정권은 2012년 12월 집권과 동시에 반부패 드라이브를 가장 먼저 꺼내들었다. 고가 공무차량과 접대 금지, 회의시간 단축, 호화 정부청사 금지 등 8항규정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신년 선물, 호화 장례, 공공장소 흡연 금지 등을 규정한 금지령을 7차례나 발표했다. 이에 공무원들의 불만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하지만 중국사회는 공무원들의 "차라리 이직하겠다"는 의사표시에 격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민망은 12일 논평을 통해 "공무원 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공무원으로서 부패를 행하기가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꼬집으며 "국가가 공무원을 대하는 태도가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며 인민의 공무원에 대한 감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민망은 이어 "먹고마시려니 조사받기가 두렵고, 뇌물을 받으려니 고발되는 것이 두렵고, 위세를 부리려니 폭로가 두려우니 관리로서 사는 게 무척 힘들것"이라며 "지금 공무원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하루속히 공무원을 그만두는 것이 본인, 국가, 인민을 위해 나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궈지짜이센(國際在綫) 역시 "중국에서 공무원이 이직하고 싶어하는 현실은 과거에는 없었다"며 "이들 부패 관료들이 퇴직해야 새로운 관료들이 진입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공무원 대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니 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들은 어서 빨리 퇴직시켜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중국신문사는 "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공무원의 본분이며 최소한의 도덕성이라며 부패방지규정들을 준수하지 못하겠다면 지금 즉시 공무원직을 떠나라"며 "공무원들의 정상적인 퇴출기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한 네티즌은 "매년 뇌물받다가 1년 안받으니 억울하고, 매달 회원제 클럽에 다니다가 한달동안 일반식당에 가려니 맛이 없고, 매일 위세를 부리다가 하루 비난을 받으니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의 부패는 앞으로도 엄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시진핑 지도부의 정풍운동으로 인해 지난 한해 18만2000명의 공무원이 옷을 벗었다. 이는 지난 30년이래 최단시간에 가장 많은 수의 공무원이 처벌된 것. 이 가운데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형사입건된 공무원이 3만7000명이었으며, 이들의 비리와 관련된 경제 규모는 대략 60억위안(1조8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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