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4년 만에 7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정유사 실적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두바이유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88달러 하락한 배럴당 79.77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최저가 기록을 경신했다. 6일 거래된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9.8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0.03달러 상승했지만, 여전히 80달러선을 넘진 못했다.
업계는 지속적인 국제유가 하락세가 원유 공급 과잉,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낮추면서 생산량을 줄이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도 국제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도 18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6일 기준 국내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43.9원으로 지난 7월 첫 째주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국제유가 하락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국내 정유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정유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제마진의 하락과 재고손실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먼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 재고의 평가가치도 동반 하락하며 정유사들은 자연스레 큰 손해를 입게 된다.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2분기 배럴당 107.93달러에서 3분기 96.64달러로 내리면서 SK에너지는 3분기 1400억원, 에쓰오일은 710억원의 재고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정제마진의 경우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정제 과정을 마친 원유가 석유화학제품으로 가공되려면 평균 30∼50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석유화학제품 가격에는 유가 하락이 실시간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일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GS칼텍스는 14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특히 유가 하락으로 정유 부문에서 무려 16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488억원)은 전년동기 대비 84.6%가 감소했으며, 에쓰오일은 전 분기에 이어 영업적자를 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면 정제마진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바닥론을 제기하고 있다. 유가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유지된다면 재고를 소진한 이후부터 오히려 원가 절감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가 유지된 채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오른다면 정제마진도 안정화될 수 있다"면서 "이러한 기조가 이어진다면 이르면 4분기 늦어도 내년부터는 정유사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