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지난 19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안내로 건강검진을 위헤 집무실이 있는 롯데호텔을 나오고 있다. 사진=SDJ코퍼레이션 제공]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뒷방 노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창업 70년만에 처음으로 열흘동안이나 그룹 경영 상황을 보고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총괄회장은 그동안 90세가 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일 오후 3~5시 사이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현황 등을 직접 보고 받고 질의하며 경영상태를 파악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하지만 이들 형제간의 알력싸움이 장기화되면서 신 총괄회장이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롯데호텔 34층 내부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외부는 신 회장이 각각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이후 열흘동안이나 업무보고를 받지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지난 16일 오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신 전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측은 자신들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 집무실을 관리하겠다고 신 회장과 롯데그룹에 통보한 뒤 실제로 비서·경호인력들을 34층에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은 롯데 정책본부 소속 자신의 비서실장 이일민 전무를 해임했고, 신 전 부회장 측은 20일 총괄회장의 뜻이라며 새 총괄회장 비서실장으로 나승기 변호사를 임명했다.
현재 34층 집무실은 사실상 신 전 부회장 인력이 장악했지만, 롯데그룹도 이일민 전무의 '해임 무효'를 주장하며 이 전무를 비롯한 비서·경호 직원을 34층 근처에 대기중이다.
형식적으로는 총괄회장 집무실이 '공동 관리'하는 명목으로 있지만, 현재 총괄회장의 최측근에는 신 전 부회장 사람들만 있기 때문에 롯데 정책본부나 계열사들은 총괄회장과 거의 소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신 전 부회장 측이 계열사 업무 보고를 함께 받겠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롯데그룹과 마찰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SDJ코퍼레이션이라는 전혀 다른 회사 직원, 관계자들에게 총괄회장에 대한 보고 일정이나 내용을 상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반대로 저쪽(SDJ)으로부터 총괄회장이 보고를 요구한다는 연락을 받은 일도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통상적 보고가 열흘 가까이 끊어지자 신격호 총괄회장이 답답해하며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신 전 부회장이 예정했던 언론사 방문 일정 가운데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급히 34층으로 들어온 것도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대해 신 총괄회장이 역정을 냈고, 8월 시아버지 제사를 위해 방한했다가 90여일만인 지난 21일 극비리에 입국했던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88) 여사가 이를 보다못해 장남을 급히 호출했기 때문이라는 설까지 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정기적 경영 보고와 카드게임으로 정신 건강을 유지해왔는데 보고가 끊겨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신동주·동빈 형제의 어머니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는 24일 일본으로 출국, 지난 4일 동안 신 총괄회장과 함께 머물면서 이들 형제사이의 화해를 촉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제25회 한일 재계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한 신 회장과 일본 현지에서 만나, 신 전 부회장이 주장하는 '원 롯데, 투 리더'를 중재안에 대해 설득할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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