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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4.13 총선 이후 또 한번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들고 있다. 16일 오전 혁신비대위원회(위원장 김희옥)가 유승민·윤상현 의원 등에 대한 ‘일괄 복당’ 결정이 도화선이 됐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입장하며 무소속 유승민 의원 뒤쪽을 지나고 있다. 2016.6.7 [연합뉴스]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새누리당이 4.13 총선 이후 또 한번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들고 있다. 16일 오전 혁신비대위원회(위원장 김희옥)가 유승민·윤상현 의원 등에 대한 ‘일괄 복당’ 결정이 도화선이 됐다.
‘유승민 복당 불가’를 주장해 온 친박계는 즉각 반발했다. 특히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사퇴를 시사했고, 다음날 예정됐던 고위당정청 회의는 반나절 만에 돌연 취소됐다.
유·윤 의원은 각각 비박(비박근혜)계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물이었으나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탈당, 이들의 복당 문제는 총선 후 새누리당의 ‘최대 현안’이었다. 총선 패배 후 당 갈등 해소의 ‘가늠자’격인 두 사람의 복당이 전격 이뤄지면서, 당의 ‘원내 1당’ 지위도 동시에 회복됐다.
일단 두 사람은 복당을 결정한 당에 ‘감사‘를 표했으나, 그간 박근혜 정부에 대해 확연히 달랐던 입장 만큼이나 다른 행보를 시사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이날 비대위의 복당 결정 후 기자들과 만나, ‘전대 역할론’에 대해 “생각해보겠다”면서 평소 지론인 ‘보수 개혁‘ 의지를 다시금 꺼내 들었다.
그는 “늘 국민께 희망드리기 위해서는 보수당이 개혁의 길로 가야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서 “당을 개혁하고 당의 화합을 위해 제가 할 역할 있으면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박 대통령에 의해 ‘배신의 정치’ 당사자로 지목돼,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굽히지 않던 소신을 다시 꺼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심기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복당을 받아준 당과 ‘동료’에 감사를 표하며 “새누리당을 위해 다시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누구보다 사랑하는 새누리당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서로 묵묵히 손을 잡아주고 고난을 함께 나누는 동지들과 함께 당을 다시 일으키는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감사 인사로 보이나, 향후 전대 등에서 박 대통령의 호위해온 ‘친박 세결집’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계파 전쟁은 친박계가 먼저 예고하고 나섰다. 친박계 재선 김진태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유 의원을 향해 “끊임없이 당을 수렁에 빠뜨린 문제의 원조 진앙지”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당이) 무엇이 아쉬워 덥석 받아들인단 말인가. 적어도 사과나 재발방지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이번 복당 결정을 한 비대위가 성급했다고 지적하며 의총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돌연 사퇴’를 시사해, 당이 급격히 혼란에 휩싸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비대위원들의 무기명 투표 결과 유승민·윤상현‘일괄 복당’ 결정 관련 자신의 거취를 한참을 고심한 뒤, 당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당장 다음날로 예고된 고위 당정청 회의에도 새누리당 대표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던 일정도 취소했다. 이로 인해 4개월만에 열릴 예정이던 고위 당정청 회의도 전격 취소됐다.
청와대는 이날 새누리당 탈당파의‘일괄 복당’ 결정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당혹감과 함께 향후 당청 관계에 대한 강한 우려감이 감지된다. 고위 당정청 회의가 돌연 취소된 데는 김 위원장의 불참 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이런 기류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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