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정호 기자= "새해 증시에서 골칫거리는 미국이 아니라 유럽, 중국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3일 아주경제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먼저 유럽 각국이 잇달아 선거를 치르면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럽을 보면 오는 3월 네덜란드 총선을 시작으로 5ㆍ6월 프랑스 대선과 총선이 이어진다. 독일도 2월 대선과 10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네델란드는 유로존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3개국은 유럽연합(EU) 탈퇴를 공언한 극우정당 지지율이 높다. 유럽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불안 요인이다.
김일구 센터장은 "잇단 유로존 선거가 코스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조정 요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도 문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지정을 예고하고 있다.
김일구 센터장은 "미국이 오는 4월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현재 상승세인 코스피도 조정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ㆍ중 마찰로 중국 수출기업이 고전하면, 중국으로 중간재와 반제품 수출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갈수록 줄어드는 중국 외환보유고도 주목해야 한다.
김일구 센터장은 "기축통화를 갖지 않은 나라는 외환보유고가 모든 것을 얘기해준다"며 "(중국처럼) 외환보유고가 꾸준히 감소하는 나라에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외환보유고는 2016년에만 2000억 달러가 줄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집계한 외환보유고는 같은해 11월 말 3조510억 달러로 조만간 지지선인 3조 달러가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런 이유로 다른 증권사보다 보수적인 코스피 전망을 내놓았다.
김일구 센터장이 잡은 올해 코스피 예상범위는 1995~2250선이다. 최대 2350선에 달하는 다른 증권사보다 상단이 크게 낮다. 그렇다고 그가 올해 증시를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김일구 센터장은 "각국이 재정 확대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는 올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인프라 투자 확대와 수요 증가로 디플레 압력이 줄고, 위험자산 선호심리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에 대해서는 낙관론에 가까운 시각이다.
김일구 센터장은 "강달러 문제로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아직 신흥시장에서 자금 이탈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며 "되레 유로화나 엔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해당지역 주가는 크게 뛰면서 경제에 플러스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 강세가 그 자체로는 호재도 악재도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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