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대지진의 비극을 겪은 중국 쓰촨성이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100여명을 훌쩍 넘는 실종자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물론 리커창(李克强)총리가 직접 "구조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재해 예방에 주력하라"고 강하게 주문했을 정도다. 쓰촨성 외에 구이저우, 후난성 등지에서도 산사태 소식이 잇따르고 폭우와 태풍의 계절이 시작되면서 추가 '비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24일 새벽 5시 38분(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아바(阿壩)장족창족자치주 마오(茂)현 뎨시(疊溪)진 신모(新磨)촌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깊은 잠에 빠져있던 62가구가 매몰됐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에 따르면 24시간여의 구조작업 결과 3명을 구조, 15구의 시체를 발견했고 118명이 실종 상태다. 1급 특대형 재난 경보도 발령됐다.
산사태 발생 당시 아기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있던 일가족 3명은 구사일생으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가족 중 3세 아이는 여전히 매몰된 상태로 알려져 중국 사회를 눈물짓게 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 등 최고지도부가 구조 작업에 총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면서 '골든타임 72시간' 안에 한 명이라도 더 찾아내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 주석은 "쓰촨성 당국은 실종자 수색 및 구조에 전력을 다해 최대한 인적 피해를 줄이고 추가적으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라"면서 "실종자 가족 등 피해지역 주민 대피와 세심한 관리로 몸과 마음을 다독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리 총리도 "대대적인 수색작업으로 사망자를 최대한 줄이고 추가 피해가 없도록 주변지역 지반과 상황을 철저히 조사하라"며 "산사태 발생원인을 확실히 조사해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고지도자들의 요구에 따라 중국 국무원은 특별업무팀을 파견해 구조작업을 살피고 상처입은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약 3200여명의 구조인력이 현장에 파견됐고 구조작업을 돕기 위한 각종 장비도 150대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쓰촨성 당 위원회와 성 정부 지도부가 현장 구조작업을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21~24일 중국 13개성(省)·시(市)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쓰촨성 외 지역에서도 피해 소식이 잇따랐다.
중국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24일 오전 8시께 중국 후난성 샹시(湘西)투자족먀오족자치주 루시(瀘溪)현 우시(武溪)진 상바오(上堡)촌 인근 319번 국도 주변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쏟아진 토사량은 1만㎥에 달했다. 도로는 유실됐고 인근의 주택 한 채가 매몰돼 일가족 3명이 실종됐다.
후난성 일대에서만 33만4000명이 홍수 피해를 입고 46채의 가옥이 붕괴됐으며 9100명이 대피했다.
구이저우성에서도 최근 쏟아진 폭우로 침수, 산사태 소식이 잇따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폭우와 홍수'의 계절이 시작된 만큼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커 우려된다.
특히 이번 쓰촨성 산사태로 전국 각지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각지 정부는 각종 자연재해 방지를 위한 준비작업과 지반, 각종 설비상태 점검을 강화하고 재해로 인한 인적,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시 주석과 리 총리가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각지 정부에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 중국 국가재해방지위원회가 나서 각지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교통통제 강화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중국이 겪은 비극에 위로와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부는 25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24일 중국 쓰촨성 마오현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에 대해 중국 정부와 국민에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어려움을 극복할 것으로 믿으며 실종자 수색과 피해지역 복구가 조식히 이뤄지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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