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31일 방문한 기자에게 "또 급매 타령"이냐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하락세가 본격화했다는 일각의 기대는 현실과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 계약일 기준 38건의 거래가 체결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22건은 기존 최고가보다는 낮은 가격에 거래됐지만, 16건은 동일평형 기준 최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대부분 1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들이어서 1억원 안팎의 차이는 조망 또는 층수 등 매물의 성격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도세 등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한 절세 매물은 극히 일부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최근(23~30일) 거래 중 하락한 단지만 보면 강남구에서 성원대치 2단지 39㎡(이하 전용면적)가 10억2250만원(8층)에 거래돼 최고가 11억1000만원(14층)보다 하락했다.
서초구 롯데캐슬스파 194㎡는 18억원(11층)에서 17억5000만원(1층)으로, 송파구 문정래미안 133㎡는 12억8000만원(21층)에서 12억6500만원(19층)으로 떨어졌다.
직전 거래 대비 최고가 경신 단지는 △서초 월드메르디앙 183㎡(13억원→14억5000만원) △방배임광 51㎡(7억9000만원→8억3500만원) △방배우성 117㎡(13억300만원→15억원) 등이다.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큰 아파트들이다.
이 외에도 △갤러리아팰리스 123㎡(15억원→18억3500만원) △문정시영 39㎡(6억2900만원→6억5000만원) △현대홈타운 84㎡(10억원→10억4700만원) △코오롱 1차 114㎡(7억7000만원→8억3500만원)도 최고가를 찍었다.
서울 서초구 양석영 백마공인중개사 부장은 ”거래가 워낙 없으니까 특수한 거래 몇 건이 마치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며 ”현재 매수자 우위 시장이 수개월 이어지면 몰라도 매도자들은 대부분 2~3개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남부 부지부장 송무성 송파 월드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도 “현재 매수자들은 2억~3억원 정도 내린 급매를 찾는데, 그런 거래는 없다”며 “그런 게 있었으면 벌써 팔렸을 거다. 집주인들은 많이 내려야 1억원 생각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권 시세 풍향계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76㎡가 시세보다 2억원 저렴한 17억원까지 나왔다는 풍문과 달리 실제 매물은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동중개망 매물 중에서 현재 가장 저렴한 76㎡는 18억8000만원(저층)이다. 이는 올해 2~3월 실거래가 19억2000만~19억5000만원보다 저렴하지만, 급매로 보기에는 어려운 가격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마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작년 말에도 급매가 나온다더니 (실거래가) 신고된 거 보니 그런 계약은 한 건도 체결되지 않았다”며 “미끼 매물이거나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76㎡와 84㎡는 모두 전월보다 더 비싼 수준에서 총 6건 거래됐다. 76㎡는 20억~21억5000만원, 84㎡는 23억~23억5000만원이다.
다만, 공인중개사들은 현재와 같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 앞으로 3개월 이상 이어지면 다수의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양도소득세 중과세 20% 포인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오는 6월까지 집을 매각하려는 집주인들의 경우 매수자 요구대로 가격을 조정해야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지회장 윤성열 건국공인중개사 대표는 “강남권 매물이 전반적으로 수천만원 빠지기는 했지만, 급매가 속출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앞으로 더 떨어질 거라는 생각에 매수자는 기다리고 매도자는 시장이 회복될 거라 보고 가격을 안 내리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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