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지난 2일 경영권 불법 승계 등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삼성이 사건을 확실하게 마무리하고 '뉴삼성'으로 가기 위해서 꺼내든 마지막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 1위 대기업 총수의 재판을 마무리하고,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추가로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논란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억지춘향식 수사는 이제 그만"
3일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 상장하려 한 것을 국내에서 상장하라고 법을 바꿔서 하게 됐다"며 "정권이 바뀌면서 불법으로 규정한 것인데 이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가조작과 회계 문제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며 "주가도 상장 때보다 훨씬 올랐는데 뭘로 기소하냐. 정권의 입맛에 맞춘 억지춘향식 수사는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삼성이나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라며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조속히 해당 사안이 마무리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긴 시간 끌어온 만큼 더는 새로운 내용이 나온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삼성도 이 부회장을 어떻게 조치해 달라기보다는 빠르게 처리해 달라는 의중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한 판단이 나오길 바라는 것"
법조계 안팎에서도 그동안 삼성그룹에 대한 과도한 압수수색과 경영진 소환조사는 무리였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삼성 전·현직 사장급 임원 총 11명은 지난 1년간 총 38차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 부회장도 지난달 26일과 29일에 두 차례 소환에서 총 34시간가량 고강도 수사를 받았다.
이에 삼성 측에서도 4년 동안 지속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수사심의위 신청을 한 것이다. 법조계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이를 통해서 공정한 판단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양 교수는 "수사심의위가 의견서를 내면 검사가 직업적 양심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며 "증거도 없이 기업가를 괴롭히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 부회장은 연이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현장경영을 펼치면서 위기 극복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후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다. 17일에는 중국 출장을 가서 시안 반도체 공장을 점검했다. 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약 18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 355일 만에 합의를 이뤄내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잦은 압수수색과 잇따른 경영진 소환으로 타격을 입은 삼성이 마지막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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