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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양주에서 100억원대 아파트 전세보증금담보 대출 사기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대출 모집법인에 속아 100억원대의 사기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해당 대출 모집법인은 체포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문제의 대출 모집법인은 남양주에 위치한 임대아파트인 B아파트를 노렸다. 이들은 계약금만 납부한 임차인 57명에게 계약정보를 알려주면 일정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접근했다. 이후 대출 모집법인은 임차인의 정보를 이용해 이들이 보증금을 전액 납부하고, 해당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신한캐피탈에 118억원의 대출을 받아 가로챘다.
통상 전세보증금담보 대출 진행 시 금융사는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통지 후 회신, 임차인 실거주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신한캐피탈은 이런 절차를 생략했다.
그러다 신한캐피탈은 지난 4월에서야 임대인인 B건설과 직접 연락해 계약자와 아파트 동·호수만 동일하고 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현장을 방문했지만 대출받은 임차인들은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았다.
다른 캐피탈사의 경우 대출 진행 시 신용조사업체에 위탁해 확인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신한캐피탈은 신용조사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대출모집법인에 맡겨 사기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런 수법으로 총 57건의 대출이 실행됐다. 피해 금액은 118억원으로, 1인당 평균 2억원의 대출을 받은 셈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 경찰 수사 중인 사안으로 정황상 임차인이 공모한 것으로 보이지만 혹시 모를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정확한 피해 금액도 경찰 수사가 끝나야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캐피탈은 사고를 뒤늦게 인지하고 바로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달 모든 여신전문금융회사에 공문을 보내 이런 사기 사례를 전파하고 자체 점검을 지시했다. 자체 점검 결과 오릭스캐피탈을 상대로 같은 지역, 같은 아파트에서 약 30억원의 사기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같은 대출 사기가 일어난 이유는 금융사의 실적주의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력한 부동산 정책과 대출규제로 사실상 수익이 악화된 금융사들이 담보가 확실한 대출건에 대해서는 허술하게 심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영업행태에 대한 폐해인 셈이다.
또 금융당국의 허술한 대출 관리 정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세보증금 담보 대출은 제2금융권에서만 취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출심사 가이드라인은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내부 프로세스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은행권은 전세대출 심사 때 주택도시기금 기준에 따라 전입·계약 사실 등을 꼼꼼히 확인하지만 제2금융권에는 이러한 기준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대출 심사에 대한 안일한 관리·감독과 경기 불황으로 인한 금융사의 실적주의가 계속될 경우, 이런 사기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임차인들까지 사기에 연루돼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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