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 총격 사건 다음 날인 23일 의료물자 대북 반출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21일, 23일에 각각 '영양 지원'과 '의료물자 지원' 명목으로 대북 반출을 두 차례 승인했다. 의료물자는 의료용 마스크, 체온기, 주사기 등으로 23일 오후에 반출이 승인됐다.
A씨는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21일 실종돼 22일 오후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A씨 피격 사망 첩보는 22일 밤 청와대에 보고돼 23일 새벽 1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 하에 긴급 관계 장관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참석했다.
이에 통일부가 A씨 사살 사건을 인지하고서도 대북 반출을 승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대북 지원 승인은 23일 오후 당시 피격 사실을 알지 못했던 담당 공무원에 의해 이뤄졌고, 이 장관이 해당 승인 건을 인지한 시점은 24일 오후 통일부 내부회의 때였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간단체에 대한 반출 승인은 통일부 위임전결 규정에 따라 통상적으로 담당 과장 전결로 이뤄져 왔다"며 "23일 승인 당시 담당 과장이 우리 국민의 피격과 관련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24일 군 당국의 발표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가 열렸고, 장관은 이 회의에서 돌아와 부내 점검회의를 소집했다"면서 "이 회의에서 이 장관에게 관련 사실이 보고됐고 장관은 9월 중 승인된 단체들의 반출 시점 조정 등 진행과정을 관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민간단체 물자 반출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요건을 갖춘 민간단체의 반출승인 중단조치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승인을 하더라도 실제 물자가 북측에 전달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승인 이후에도 필요하다면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당분간 대북 물자 반출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현재 엄중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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