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중순께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소비자물가, 고용, 내수 등 각종 주요 경기 지표가 포함된다.
앞서 기재부는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소비자물가를 1.2%로 예상했다. 백신 개발·보급 가능성이 커진 만큼 소비자물가 전망치가 이보다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화이자와 '스푸트니크V' 등을 필두로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백신 보급은 경제 회복의 '열쇠'나 다름없다. 코로나로 억눌렸던 소비를 되살리고 세계 교역을 정상화해 각국이 정상적인 성장 경로로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민간소비의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제했던 외식을 하고 나서지 못했던 여행을 가려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온기가 돌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의 ‘11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7.9로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월(96.9) 수치를 웃돌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백신 보급 기대감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전 세계 백신 보급으로 각국의 경제 활동이 정상화하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포착된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국제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은 혼돈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미래가 (금리와 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현재의 단순 연장이 아닐 수 있다는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단기간에 급격한 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백신 개발 후 외식·여행 등 사람이 얼마나 많이 움직이느냐가 관건일 텐데 수량 측면에서는 급격한 변화가 어려워서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인플레이션을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강현주 연구위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안정적인 유가와 미약한 수요 압력 등의 영향으로 1.1%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악화된 고용 시장도 인플레이션을 억누르는 요소로 꼽힌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고용시장이 회복되기까지 적어도 2~3년의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가운데 0%대의 저물가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물가가 낮은 상태였기 때문에 코로나라는 변수가 사라져도 물가 상승률은 급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물가가 낮은 것은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고령화로 소비가 줄어든 데다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개선됐다. 또 온라인거래, 중거 거래, PB 상품 확대로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도 완화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코로나 이전부터 악화했다"며 "백신이 보급되면 코로나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으나 코로나가 오기 전의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치유하는 데는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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