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관련 금융 지원 조치의 종료를 앞두고 300조원에 육박하는 개인사업자대출이 한국 경제에 뇌관으로 떠올랐다. 신용대출은 물론 개인사업자대출 금리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올해 최소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빚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5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계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99조72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28조8542억원(10.65%) 늘어난 수준이다. 은행권은 이달 중 개인사업자대출이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인사업자와 자영업자가 이용하는 개인사업자대출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큰 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 말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5% 수준이었는데 2020년 말 14.7%로 불어난 이후 지난해 말에는 2년 전보다 60조원(25.18%)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매출이 줄면서 빚에 기대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사업자대출을 이용한 자영업자들의 빚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다중채무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제줄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140만6000명, 대출잔액은 589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전인 2019년 6월 말보다 각각 34만5000명, 141조8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는 신용대출에 더해 개인사업자대출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한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신용대출을 비롯한 개인사업자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1월 기준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4.57%로 전달보다 0.72%포인트나 뛰었다. 특히 하나은행의 평균금리가 6%로 올랐다.
개인사업자대출 금리 역시 3개월 만에 1%포인트 넘게 오르는 등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이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66~4.27%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인상 직전 3개월 평균금리는 2.48~3.51%였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3차례에 올려 연말엔 최대 연 1.7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자영업자들의 빚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추정치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차주들의 연간 이자 부담은 2조9000억원가량 늘어난다.
금융당국이 당초 예정대로 오는 3월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 종료를 결정하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 지원이 끝나면 빚을 갚지 못한 개인사업자와 자영업자가 대거 발생해 은행권의 잠재 부실이 현실화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대출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개인사업자 건전성 점검 강화를 중점 목표로 삼고, 자영업자 부채·상환능력 데이터 등을 종합한 ‘자영업자부채DB’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 현황과 함께 업종별 현황, 매출 규모, 영업 형태 등을 면밀히 분석해 부실 위험 누적 가능성을 종합 점검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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