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국의 ASML' 되려면…관건은 결국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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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2-06-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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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업은 전문 엔지니어가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과거에는 청년 일자리가 없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 장비회사들도 인력을 많이 뽑고 있다. 실력 있는 SFA 내 인재들의 경우에도 다른 회사에서 많이 뽑아가고 있다. 인력 문제 관련해서 방안을 많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8일 방문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업 SFA 아산사업장에서 만난 김영민 SFA 대표는 인력 문제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최근 들어 심화하고 있는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의 전문 인력 부족 사태가 제조장비 회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SFA 또한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장비업체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적으로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전문 인력 부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전문 인력 수요 대비 인력 육성 체계의 미비 등으로 인해 기업들은 복지 확대, 연봉 인상 등으로 이른바 ‘인재 모시기’ 경쟁에 나설 정도다.
 

SFA 아산사업장 [사진=SFA]

특히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반도체의 경우엔 더 심각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를 비롯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등 국내 반도체 업계 전반에서 부족한 인력이 연간 3000여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실제 이 경우 향후 10년간 누적 부족 인력은 약 3만명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 양성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만 정부는 이를 위해 최근 ‘신산업 규제 개선 방안’ 발표를 통해 까다로웠던 대학원의 정원 확대 조건을 첨단 산업 분야만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첨단 산업으로는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이 해당한다. 사실상 전문 인력을 보다 더 많이 육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2021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부족 인원 1621명을 학력별로 세분화했을 때 고등학교 졸업자가 894명(55.2%)으로 절반을 넘었다. 그 뒤로는 △대학교 졸업(362명) △전문대학교 졸업(316명) △대학원 졸업(49명) 순이었다. 가장 부족한 건 고등학교 졸업자인데, 정작 정부는 대학원 인력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인력 양성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결국 그에 따른 부담은 기업들이 온전히 져야 한다. 김 대표는 이날 “과거 사업을 다각화하는 속도가 조금 늦어지면서 매출이 줄었던 바 있다. 그래서 임직원에게 임금 상승률, 복리후생 등을 과감하게 하기 어려웠다”라며 “다만 이제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조치에 대해 고민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찾은 SFA 아산사업장에서는 많은 엔지니어가 제조 장비를 꼼꼼하게 돌보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설비를 지속해서 연구·개발(R&D)하는 것은 물론 고객사에 장비를 전달하기 전 장비를 테스트하며 마지막 점검을 하는 등 단지 기술 개발을 넘어 많은 작업에서 엔지니어의 역할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글로벌 장비 시장에서, 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결국 무엇보다 인력을 양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체제의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다.
 
 

[김수지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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