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크게 위축되자 경기침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9일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은 1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이 연율 -1.6%로 최종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확정치는 앞선 잠정치(-1.5%)보다 -0.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앞서 미국 GDP 성장률은 코로나 대유행기인 2020년 2분기 -31.2%를 기록한 바 있다.
미국 경제분석국 발표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가 1분기 미국의 GDP 마이너스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오미크론 변이에 의해 발생한 코로나19 대유행은 미국 내 방역 규제를 강화하면서 경제활동을 위축시켰다. 동시에 기업 부채 탕감이나 사회적 지원을 포함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만료되거나 축소된 것도 경제 역성장을 불러왔다.
정부는 수입 증가와 함께 수출, 정부 지출 및 기업 재고의 광범위한 감소가 전반적인 성장률 감소를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성장률 하락은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4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6.9%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수출 증가와 자동차 사업의 투자 증가가 상승을 견인했다.
미국의 2분기 경제 전망도 밝지는 않다. 미국의 금융 정보기업 IHS 마킷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2분기 GDP 성장률(연율)은 0.1%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NYT는 "일부 경제학자들은 2분기에도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고 보도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심화할 경우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기술적 경기침체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가중시켰다. 미국 민간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는 6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98.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지수(103.2)보다 크게 하락한 수준이며 1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상회하면 긍정적, 하회하면 부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신뢰지수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예상보다 낮은 미국의 GDP 성장률을 보며 외신들도 경기침체 우려를 표했다. 마스터카드 이코노믹스 인스티튜트의 수석 경제학자인 미쉘 미어는 NYT에 "1분기 GDP 추정치는 너무 안일했다"며 "오늘 보고서를 보니 앞으로 경기가 더 우려된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금융 투자자인 피터 쉬프는 이날 뉴스위크에 "나는 작년부터 경제위기가 올 것을 알았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가 침체에 빠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더 많은 금리인상으로 인해 훨씬 악화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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