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고유가 시대' 자전거 출퇴근 늘어나는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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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07-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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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일 오르는 오토바이 기름값의 부담을 덜고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평소보다 30분가량 출근 시간이 더 소요되지만 갑갑한 도로에서 벗어나 운동도 할 수 있고 기름값도 아낄 수 있으니 1석 2조입니다. -민투(33세, 직장인)

#2. 저는 원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한 10년 정도 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길거리에서 부쩍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는 것을 느낍니다. 오토바이보다 자전거를 보면 반갑고 무엇보다 친환경 운송 수단이라 널리 알려지길 기대합니다. -응우옌티탐(39세, 개인사업)

베트남 하노이 등 대도시에서 자전거로 통근하는 이른바 ‘자전거 출퇴근족(자출족)’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이미 자출족은 한국, 일본 등 자전거도로 인프라가 발전한 국가에서는 흔한 일이 됐지만, 오토바이의 나라로 불리는 베트남에서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찾아보기란 좀처럼 드문 일이었다.

VN익스프레스, 탄니옌 등 현지매체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최근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자출족 사례에 대해 연이어 보도했다. 매체들은 이어 자전거 출퇴근은 비용뿐만 아니라 대중교통과의 시너지, 환경공해 개선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하노이 시민들. [사진=베트남플러스 갈무리]

 
◆고유가, 지하철, 환경보호 가지각색 이유로 ‘자출족’ 늘어나는 추세
하노이 한 여행사의 직원인 응웬후이퐁(32)씨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자출족으로 변신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호안끼엠 지역에 있는 집을 나서 서호(Tay Ho) 지역에 있는 직장까지 약 5km 이상을 이동한다. 도로용 로드바이크를 이용하는데 교통 체증에 자유롭다 보니 오토바이보다 오히려 10분 정도 빨리 도착한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3만동을 초과했을 때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결심했습니다. 과거에는 직장까지 오토바이를 운행하고 주차하는 데 돈과 휘발유를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면 하루에 2만5000동 이상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한 달로 치면 최소 50만동이 넘어 수입에도 보탬이 됩니다.” 

그는 요즘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 자전거 출퇴근은 또 다른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자전거 출퇴근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며 일단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동료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람(42)씨는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사례다. 하노이 바딘군에 직장이 있는 그는 지하철 운행이 시작하자마자 새로운 출퇴근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의 집은 하노이 하동군 깟린(Cat Linh)역 근처에 있어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이 유리한 환경이다.

“매일 아침 집에서 나와 자전거를 타고 깟린역에 도착해 자전거와 함께 열차를 타고 응우옌씨엔(Nguyen Xien)역에서 내려 자전거를 타고 다시 3km 정도를 이동해 회사에 도착합니다. 이러한 출퇴근의 총 소요시간은 20분 정도입니다. 이전에 오토바이로 통근하는 것보다 2배 이상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는 경전철을 타면 자신처럼 접이식 자전거를 이용해 전철을 타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하노이 지하철에서 일반 자전거는 규정상 반입이 금지되지만, 접이식 소형자전거와 소형 전동스쿠터는 가능하다.

응우옌(35)씨는 환경보호의 관점에서 자출족을 자처하는 사례다. 그는 고유가 이전부터 이미 오랫동안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서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고 했다. 그의 출퇴근은 동나이성에서 호찌민시 1군까지다. 거리만 해도 20km 이상의 장거리다. 주변에서는 응우옌씨의 자전거 통근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의 자출족 생활은 벌써 5년이 넘었다.

“처음에 주변 동료들은 저에게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꾸준히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주변에서도 제 열정을 인정합니다. 함께하는 동료들도 생겼습니다.”

그는 자전거 통근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평소 장기간의 사무로 목, 어깨, 허리 통증을 앓았는데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면서 점차 몸이 회복되고 통증이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본인의 가치(환경보호)를 실현하고 건강을 지켜주는 자전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하노이 2A노선 열차 내부에 반입된 접이식자전거. [사진=VN익스프레스 영문판 갈무리]

 
◆자전거 업계는 ‘호황’...현지언론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인센티브 정책 도입해야”
베트남 내 자전거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면서 판매율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하노이와 호찌민시, 하이퐁, 빈증성 등에 각각 자전거 매장을 두고 있는 일본 소매업체 이온(AEON)은 지난해 기준 베트남의 자전거 누적판매는 300만대를 돌파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온에 따르면 자전거 가격은 수백만동에서 최대 수천만동에 이르는데 구매자는 성별과 연령대에 구분 없이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하노이에서 자전거 매장을 운영 중인 하쑤언남 대표는 최근 가게에 자전거를 보러 오는 고객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이전에는 한 달에 10~15대의 자전거를 판매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3~4배 더 많이 판매하고 있다”며 “자신뿐만 아니라 아내, 자녀, 친구를 위해 구매하는 고객들도 많다”고 전했다.

현재 페이스북 등 베트남 소셜미디어의 검색창에 ‘자전거 출근’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수만 명의 회원이 있는 추천 그룹 수십여 개가 나타난다. 이러한 그룹에서 회원들은 자전거를 선택한 경험을 공유하고 올바르고 안전한 자전거 사용법을 설명한다.

1200명 이상 회원이 가입돼 있는 자전거동호회의 운영자인 쩐남(33)씨는 “최근에는 매일 10~15명의 신규 회원들이 가입하고 자전거에 대한 정보를 문의하고 있다”며 “새로운 가입자들에게 자전거 사용법을 가르치고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유지 보수와 무료 컨설팅 그룹도 구성했다”고 말했다. 

현지 자전거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투이(48)씨는 자전거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요인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도로 교통 인프라 개발 △대중교통의 개선 그에 따른 오토바이 감소 등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대중화가 되었지만, 베트남에서는 경제성장과 시민들의 인식 제고에 힘입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자전거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은 자전거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세금감면 등 관련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국가가 관련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매체 VN익스프레스는 서구권에서는 자전거 통근자들이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며, 특히 영국과 벨기에에서 업무용으로 자전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킬로미터당 23센트를 환급받는 정책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보도는 베트남도 이러한 정책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당국이 관련 정책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노동신문(Lao Dong)은 베트남에서 아직까지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기반시설(자전거전용차로, 자전거 주차장, 수리 서비스)이나 규제 시스템이 거의 전무하다며, 관련 사항에 대한 촘촘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현지 일간 탄니옌은 베트남 전역을 자전거로 횡단해 유명해진 고교교사 레티투이반(28, Le Thi Thuy Van)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전거를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사회적 낙후가 아니라 녹색 그리고 아름답고 환경친화적인 도시의 미래비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2030년부터 오토바이를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하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오토바이를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자전거”라며 “향후 기후변화와 관련해 베트남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어나가는 데도 자전거는 매우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7일간 자전거로 베트남 전역 횡단한 레티투이반. [사진=탄니옌 온라인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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