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국민 마음 못 잡는 '말'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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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한라대 특임교수
입력 2022-07-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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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ㆍ핵심 빗겨나고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지기 일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는 말로 한다고 한다. 정치인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의미를 낳고 파급 영향을 미친다. 정치인의 자질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말하는 능력과 기술이다. 정치인의 자질이 드러나는 것도 말하는 능력과 기술을 통해서다. 대통령에게는 말하는 능력과 기술이 특히 중요하다. 대통령은 최고 정치 지도자로서 말을 통해 국민과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보면 어떨까? 윤 대통령의 육성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는 통로가 출근길 인터뷰다. 원고도 없고 사전 조율도 없이 즉석에서 나오는 말이라 윤 대통령의 말하는 능력과 기술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자리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출근길 인터뷰에서 하는 말을 보면 “저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핵심을 빗겨나가거나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지기 일쑤다. 


'외가 6촌 채용' 논란에 "선거운동 동지"라서
 

윤 대통령은 출근길 인터뷰에서 ‘외가 6촌 채용’ 논란에 대한 기자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마(빌딩) 캠프에서, 그리고 우리 당사에서 공식적으로 열심히 함께 선거운동을 해온 동지입니다."

 

기자는 외가 6촌 채용 등이 '권력의 사유화'라는 비판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라고 물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해온 동지’라며 그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한 것이다. 선거운동 동지이니 채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투다. 

 

이 논란의 핵심은 외가 6촌이라는 사람이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어떤 관계이냐가 아니다. 선거운동 동지이든 아니든 친인척을 대통령실에 채용한 게 특혜는 아닌지, 친인척이 대통령실에 근무하면 대통령 힘을 믿고 호가호위하며 다른 비서관들 위에 군림하려 하지는 않을지, 그러다 보면 비리로 연결되지는 않을지 하는 게 핵심이다.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도 이런 점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비선 정치’ ‘지인 찬스 정치’라고 비난하는 것은 사실을 과장한 과잉 비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말했어야 한다. “선거 운동을 함께 했고 전부터 잘 아는 사이라 손발이 잘 맞을 것 같아 채용했다. 채용 과정에 특혜는 없었고 일반 직원과 똑같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채용했다. 다만 친인척을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를 모르지 않는다. 월권이나 비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경계하고 조심하겠다. 권력 사유화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겠다.”

 

이렇게 말했더라면 친인척 채용을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마음을 누그러뜨렸을 수 있다. 친인척 채용을 있을 수 있는 일로 보는 사람들은 더욱 대통령의 충정을 이해하고 마음의 문을 열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부실 인사 논란을 지적하는 질문에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했다.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해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화내듯 말했다.


 '지지도 하락'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 중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논문 표절 등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사람들이 많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자질과 도덕성 문제로 반대해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30명이 넘는다. 운동권 단체, 비전문가, 정치인 위주의 '코드 인사'로 일관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전 정권에서 인사 실패가 있었다고 해서 현 정권의 인사 실패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전 정권이든 현 정권이든 부실 인사와 인사 실패는 그 자체가 문제다. 어느 정권 때가 더 잘됐고 못됐는지를 비교하고 따질 일이 아니다. 기자 질문도 부실 인사, 인사 실패가 검증 과정의 문제 때문은 아닌지, 국정 운영에 부작용을 가져오지는 않을지 하는 우려를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이런 우려에 대해 답변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앞으로 검증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 그러나 장관 후보자들을 검증한다고 하지만 과거 부적절한 언행까지 완벽히 걸러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설사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더라도 그것 때문에 전문성이 묻힌다면 그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니 과거 부적절한 언행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니라면 후보자의 전문성을 더 중시해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게 국민을 위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측면에서도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


윤 대통령은 국정 지지도 하락세에 관한 질문을 받고 “선거운동 하면서도 지지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고,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지지율에 너무 신경 쓰는 게 적절한 자세라고 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이 지지율에만 얽매이면 인기 영합 정책만 펼 우려가 있다. 당장 인기는 없더라도 국가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것이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이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 답변은 말 그대로만 놓고 보면 꼭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 답변도 질문의 취지나 핵심을 벗어나 있다. 국정 지지도 하락세에 관한 질문의 핵심은 예를 들면 ‘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보느냐, 그에 대한 대책은 뭐라고 보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의 국정 수행 방식이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느냐, 문제가 있다면 뭐라고 보느냐’ 하는 것이다.  


국민 듣고 싶어하는 것보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할 게 아니다.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지지율은 민심의 반영이라고 본다. 지지율 하락을 국민들이 새 정부 국정 운영에 무엇을 불만스러워하는지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다. 민심이나 여론 흐름을 잊거나 소홀히 하지 않도록 잘 되새기겠다.” 이게 국정 지지도 하락에  관한 질문을 통해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일 것이다. 지지율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면 한마디 덧붙이면 된다. “다만 당장의 지지율에 너무 얽매이는 것은 장기적인 국정 운영에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이다. 

 

그러지 않고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 별 의미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바람에 마치 민심이나 여론의 동향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래서 무시해도 된다는 뜻으로 들리게 했다.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보이게 했다. 

 

윤 대통령은 늘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 대통령이 그래서인 듯 대통령실 사람들도 그렇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외가 6촌 채용 논란에 “외가 6촌은 이해충돌방지법 상 채용 제한 대상도 아니다. 친인척이라고 배제하면 그게 차별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순방 때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배우자가 동행한 논란에 대해서도 “이해충돌방지법 등 법적 문제 방지를 위해 스스로 무보수 자원 봉사를 했다. 외교부 장관 결재 등 적법 절차를 거쳐 ‘기타 수행원’으로 지정돼 동행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했다. 두 경우 모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법과 원칙은 중요하다. 당연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법과 원칙만으로는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법과 원칙은 머리를 끄덕이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마음을 움직이려면 국민 마음에 와닿는 말을 해야 한다. 국민이 궁금해하고 의아해하는 것, 불안해하고 염려하는 것을 잘 헤아려  말해야 국민 마음에 와닿을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보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 그게 진짜 소통이고 설득이다.


링컨 대통령 같은 용의주도함 아쉬워 


윤 대통령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 마음을 잡지 못한다는 뜻이다. 마음을 못 잡는 중요한 이유가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말 때문일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관한 부정적 평가 이유로 ‘인사’ (25%), ‘경제와 민생을 살피지 않음’ (12%), ‘경험과 자질 부족’ (8%), ‘독단적이고 일방적’(6%) 등이 꼽혔다. 이 가운데 ‘경험과 자질 부족’ ‘독단적이고 일방적’이라는 평가는 상당 부분 윤 대통령의 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이 국민 마음에 와닿도록 말만 잘 했더라도 이런 부정적 평가는 줄어들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사’ ‘경제와 민생을 살피지 않음’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윤 대통령이 국민 마음을 헤아려  솔직하고 진지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더라면 상당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 말이 논란을 일으키자 출근길 인터뷰를 없애거나 횟수를 줄이자는 의견이 여당 안에서도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출근길 인터뷰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현안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고 그럼으로써 국민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제는 이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다. 미국 링컨 대통령은 즉석 연설에 탁월했다. 즉석 연설을 매우 중시하기도 했다. 즉석 연설에 대비해 늘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를 생각하고 메모하는 일을 습관화했다. 대통령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주목 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자칫하면 잘못 이해되거나 잘못 인용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겼다. 


링컨 대통령이 말에 그토록 신경 쓰고 주의를 기울인 이유는  말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대통령에 대한 국민 평판과 신망은 상당 부분 대통령이 하는 말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국민 평판과 신망은 대통령 권력의 원천이다. 평판과 신망을 잃으면 권력은 물 새듯 새고 만다. 권력을 잃으면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말하는 능력과 기술을 염려하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윤 대통령에게 링컨과 같은 용의주도함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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