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언론고시’의 높은 장벽을 경험하던 때, 타 매체에서 공채 시험을 볼 때의 일이다. 면접관이 물었다. 기자는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두루 갖추어야 하는지, 아니면 특정 분야에 특화해 깊이있는 지식을 갖춰야 하냐는 의미다. 1분 자기소개 동안 전문성을 갖추겠다는 내 말에 돌아온 순수한 관심이었을 테다. 그러나 면접관의 관심은 구직자의 긴장을 만나 ‘압박’으로 변했다. 횡설수설한 끝에 나는 결국 ‘둘 다’라는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주경제 입사 후 두 달, 수습 교육을 받는 동안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찾았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한 정책 세미나 취재 덕분이었다. 스토킹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에 대해 법학계, 법조계 전문가가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 신당역 살인사건 이후로 촉발한 스토킹범죄처벌법 개정방향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세미나를 주최한 국회의원들과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셨다.
그로부터 며칠 뒤 18일에는 살인 피의자 전주환과도 같은 공기를 나눠 마셨다. 신당역 살인사건의 공판준비기일이었다. 공판준비기일엔 피의자의 출석의무가 없지만, 전주환은 가슴에 수감번호 ‘서울3333’이 달린 카키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재판 당시 ‘기사’에 온통 신경이 쏠려 미쳐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가 내뱉은 숨을 나는 들이쉬었을 테다.
기자가 각자 분야별로 전달하는 일들이 하나의 사건에서 파생된다면, 기자의 전문성은 곧 전반적인 분야를 모두 섭렵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발생부터 진행, 종결, 추후 영향까지 분야별로 조명해 낼 수 있는 역량. 그런 전문성도 결국 기자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저널리즘에서 말하는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는 동어반복이라고 여겨진다. 기자가 갖춰야 할 전문성은 사건을 기반으로 심도 있게 파고들 수 있는 스페셜리티(Specialty)와 여러 분야의 기초 지식을 두루 갖춘 박학다심함이 동시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은으로 불리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같은 건물인 중앙당사에 진입했다. 이 역시 하나의 사건이지만, 관련 분야는 둘이다. 압수수색의 주체인 검찰에 초점을 둔다면 사회부 법조팀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입장인 민주당에 집중한다면 정치부 국회팀이 보도해야 할 것이란 선배의 설명이 있었다. 이로 인해 같은날 민주당사를 취재하러 오지 않는 정치부 동기들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있었다.
우리 동기들은 오늘도 저마다 각기 다른 사건을 오늘도 눈앞에 마주 대할 것이다. 검찰의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은 당장 내 눈 앞에서 마주한 하나의 사건이다. 솔직히 이 사건이 대체 왜 발생했고 어떻게 종결될 것이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하나의 사건을 각기 다른 분야로 쪼개지 않고 큰 줄기를 잡고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스페셜티와 박학다식함을 기를 수 있는 혜안을 찾는 여정. 그것이 지금 수습기자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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