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독일헤리티지 분조위… 피해자단체 "계약취소"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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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2-11-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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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4700억원 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린다. 다만 다수의 판매사가 얽혀 있어 분조위가 추가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독일 헤리티지 펀드 판매사 7곳과 분쟁조정 신청 피해자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열리는 분쟁조정위원회에 참석한다. 판매사 7곳은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우리은행 △하나은행 △현대차증권 △SK증권 △하나증권 등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날 분조위에서는 판매사들이 각자 최종 진술을 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에 위치한 오래된 건축물을 매입, 리모델링 이후 분양·임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국내 부동산 개발 사업과 마찬가지로 인허가 지연이나 미분양 등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불확실성이 높은, '대박' 혹은 '쪽박'을 치는 펀드였던 셈이다.

문제는 펀드가 매입 및 리모델링을 목표로 했던 건축물들이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보호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인허가 문제가 발생하면서 독일 현지 시행사가 파산했고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판매된 4885억원 중 4746억원이 환매 중단된 상태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판매사들은 펀드에 대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지만 해당 펀드의 기초자산은 실재하지 않았고 관련 시행사도 이미 2015년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부실회사였다"며 "이미 계약을 진행할 수 없을 상황이었음에도 판매사가 고객들에게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허위 사실을 기재하여 판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역시 독일 헤리티지 펀드가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해외 금융당국과 공조해왔다. 먼저 지난 5월 독일 연방금융감독청으로부터 시행사의 은행법 위반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고 싱가포르 통화감독청으로부터는 펀드 운용을 담당한 반자란운용사에 대한 자료를 인계받았다.

피해자들은 분조위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상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착오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경우에 적용된다. 적용될 경우 계약자들은 투자금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공대위는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판매 당시부터 부당펀드였고 기초자산조차 실재하지 않았음에도 판매사가 허위·부실기재 내용을 설명해 투자계약이 체결된 것이므로 고객들의 착오를 유발한 것"이라며 "금감원 분조위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통해 피해자를 즉각 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이날 분조위에서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7개 판매사와 분쟁조정 신청 피해자들의 진술을 수렴하는 데만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여타 사모펀드 분쟁조정 당시에도 최소 2차례 이상 분조위를 개최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분조위 결정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오늘 분조위는 진술을 듣는 정도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4일 첫 분조위 이후 내주 다시 개최되는 분조위에서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 결정에 따라 피해자가 분조위 결정에 불복할 가능성도 있고 이복현 금감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연내 독일 헤리티지 펀드 분쟁조정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강조했던 만큼 이달 중으로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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