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관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은 지난달 중순 이후 매주 일요일 만나 금융시장 불안 요인 등 거시경제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진 뒤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번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기업어음(CP) 시장 불안 지속 등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시장 대응을 위해 당국 간 긴밀한 협조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0조원+α' 대책을 발표하며 위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이 일을 계기로 당국 수장들은 기관끼리 협조할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보자는 취지에 공감해 비공식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시장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실무자 없이 주말 회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 좌장을 맡고 있는 추 부총리는 중앙은행, 금융당국과 소통을 통한 정책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초석을 다지려면 공동으로 정책 대응에 나서 정책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외환시장이 불안 양상을 보이거나 채권시장이 요동치면 어김없이 공식·비공식 회의를 열어 공동 전선을 펼쳐왔다.
일각에서는 과거 경제 당국자들이 모여 대책을 찾던 '서별관 회의'를 떠올리기도 했다. 청와대 서쪽 작은 별관에서 시작한 서별관회의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경제부총리·경제수석·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비공식적으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이런 공조가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었던 데는 경제정책 지휘를 총괄하는 추 부총리 리더십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1기 조각은 경제 전문가들로 전면 배치됐지만 호탕하고 업무 추진력이 뛰어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차분하지만 세밀한 성격인 김주현 금융위원장, 원칙주의와 조직 내 질서를 강조하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의견 교류 과정에서 언제든 충돌할 우려가 있다.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경제 오케스트라 지휘자' 노릇을 하며 매끄러운 소통과 의견 개진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같은 성격은 당·정·청 협의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자타 공인 '정통 경제관료'인 데다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과 김대기 비서실장도 추 부총리의 행정고시 선배인 상황에서 자칫 부총리 역할이 모호해질 수 있다. 그러나 재경부 시절부터 선배들과 인연이 깊었던 데다 정치 경력을 바탕으로 국회와도 의사소통이 뛰어나 위기 대응에 기민하게 반응해 종합적인 경제정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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