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뇌 먹는 아메바'다."
코로나19, 원숭이두창에 이어 일명 '뇌 먹는 아메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뇌 먹는 아메바’로 불리는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 감염자가 국내에서 처음 사망하면서다.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해외에서 체류한 후 귀국한 뇌수막염 사망자에게서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이 확인됐다. 이 환자는 두통, 열감, 언어능력 소실, 구토, 목경직 증상으로 지난 11일 응급 이송됐고 열흘 후인 지난 21일 사망했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전 세계 호수, 강과 온천 등 민물과 토양에서 발견되며 따뜻한 환경을 좋아하는 아메바의 일종이다. 감염은 호수나 강에서 수영·레저활동을 하면서 발생하고 코를 통해 뇌에 도달하면 염증과 조직 파괴를 유발한다. 초기 진단이 어렵고 병이 급성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치명률이 약 97%에 이른다.
1962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에선 감염 사례가 154건 보고됐는데 이 중 생존자는 4명에 불과하다.
감염 후 잠복기는 짧게는 2∼3일, 길게는 7∼15일이다. 초기에는 두통, 정신 혼미, 후각, 상기도 증상이 나타났다가 점차 심한 두통과 발열, 구토와 경부 경직이 이어지고 혼수 상태를 거쳐 사망에 이른다.
질병청은 “호수나 강에서 수영할 때 아주 드물게 파울러자유아메바가 코로 들어가 후각신경을 따라 뇌로 이동한다”면서 “여름철 수온이 많이 올라가 있을 때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드물게 감염되지만 최근 해외여행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사람 간 전파는 없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달리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감염되면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 마땅한 치료제 또한 없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시 몇 가지 약을 병합하는 방식으로 치료하지만 이 감염병을 겨냥한 치료제는 없다”면서 “예방법은 민물이나 강에서 수영 후 코를 잘 세척하라’는 권고안 정도밖에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년여 동안 해외여행이 줄면서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말라리아 등 감염병도 줄었으나 최근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해외 감염 사례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또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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