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여론조사를 이용해 정당 후보 경선 과정에 개입한 정황과 방식이 녹취록을 통해 일부 드러났다. 상대 후보 지지자에게 자체 여론조사 전화를 돌려 실제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당 공식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순 여론조작을 넘어 투표 자체에 일정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오전 '명태균 여론조작수법'이라는 녹취 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가 녹음된 시점은 2020년 3월 초순으로, 당시 21대 총선 출마 예정자를 대상으로 명씨가 여론조작 수법을 직접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명씨는 먼저 "그때 ARS 돌리면 상대편 지지자가 누군지가 쫘악 뽑아져 나온다"며 "진짜(당 공식 경선 여론조사)가 돌아가는 날 우리도 조사하면 안되나"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 지지자에게 전화하면 자기는 (공식) 전화 받았다고 하겠지"라며 "자기 전화 받았다고 (착각하는데 공식) 전화 받(겠)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한항공 비행기 뜬다고 아시아나 비행기 뜨면 안 되나.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야 되는데, 아시아나 탄 사람도 (여론조사 참여했다고) 막 다 올린다"면서 "개표했는데 뭐냐, 대한항공에는 반밖에 안 탔네"라고 강조했다.
또한 명씨는 "나는 결제 잘해주면 다 가르쳐 줄 수 있다"며 "세상에 안 되는 게 있다고? 아이고"라며 자신이 이 수법을 과거에도 사용했고,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을 시사했다.
한편 명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여론조사기관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국민의힘 대선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대의원과 책임당원 57만여명의 안심전화번호를 입수해 수차례 조사를 실시했다. 그 과정을 통해 응답자들의 후보 지지성향을 파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0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 후보 경선 때 명씨가 운영하는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에서 윤석열 후보 측에 붙어 여론 조작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어차피 경선 여론조사는 공정한 여론조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명씨가 조작해본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그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이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