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과 비상계엄 사태가 대한민국 경제에 중대한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외환시장과 대외 신인도를 비롯한 금융 전반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변동은 외환시장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오전 9시 10분 서울 외환시장에서 1434.6원에 거래되며 전날 종가보다 7.7원 상승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였던 4일에는 한때 환율이 1442원까지 치솟으며 2022년 10월 25일(1444.2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계엄 해제 후 환율은 141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며 지난 9일 기준 1435원을 기록했습니다. 과거 1400원대를 심리적 경계선으로 여겼던 시장은 이제 그 마지노선을 1450원으로 설정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2021년 10월 469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여 왔습니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박을 더 받게 된다면 외환당국이 공격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게 되고, 외환보유액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 자본과 내국인 자본의 동반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국내 KB금융·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들은 신뢰 회복을 위해 투자자들과의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 주 주요 금융그룹들은 해외 투자자에게 주주 서한을 보내고, 밸류업(기업가치) 계획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고, 연말 자본 비율을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본적정성 비율을 유지하려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RWA)을 줄이기 위해 가계대출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대출에 의존하는 가계, 특히 서민층에게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 탄핵 정국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은 앞선 두 차례의 사례보다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9일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더 낮아질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인 1.8%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두 번의 탄핵 사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2004년 노무현 정권과 2017년 박근혜 정권 때는 중국 경기 호황과 반도체 산업 호조 같은 외부 요인이 한국 경제를 지탱했다"면서 "이번에는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의 불확실한 무역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계엄·탄핵 사태 이전에도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최저 1.5%까지 전망된 상태였습니다. 이번 사태에 따른 여파가 우리 경제에 본격 반영될 경우 1%대 초중반까지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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