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특례상장 요건만 갖춰 상장에 성공한 뒤 만년 적자를 기록하던 상황에서 창업주가 회사를 매각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챙긴 곳이 나타났다.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지만 창업주의 기술과 비전이 가장 중요한 특례상장 업체가 돈벌이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에 따르면 비트나인은 지난 2일 '경영권 변경 등에 관한 계약체결' 정정공시를 통해 강 대표가 보유한 비트나인 주식 331만9095주(지분율 9.78%)를 재무적 투자자(FI)인 미래플러스와 디케이홀딩스에 주당 2851원에 매각해 94억6273만원을 확보하는 구주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비트나인은 2021년 코스닥에 상장한 그래프DB 개발사다. 회사는 2020년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기술특례상장 요건을 충족해 상장했다. 기술특례 상장을 위해서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 평가기관 2곳에서 A,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비트나인은 NICE디앤비와 이크레더블 평가기관으로부터 모두 A등급을 획득해 상장 요건을 충족했다.
강 대표는 회사가 상장을 통해 그래프 AI, 그래프 추천시스템, 그래프 보안, 그래프 FDS 등의 특화된 솔루션을 공급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SaaS 서비스 공급을 통해 서비스 모델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기술특례 상장은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대표이사가 제시하는 방향성과 비전을 통해 회사의 미래를 판단하려 한다.
상장 당시 강 대표는 2023년 280억원의 매출과 1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달콤한 청사진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비트나인은 상장 직후인 2022년부터 지금까지 한해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실적도 비전도 없어지자 주가는 2400원로 하락했다. 상장 당시 공모가 1만1000원과 비교해 78% 가까이 내렸다. 창업주가 수십억원을 챙긴 것과 대비된다.
비트나인의 새 대주주 디렉터스컴퍼니는 사명을 스카이월드와이드로 바꾸고 오는 2월 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인공지능(AI) 관련 사업 목적을 추가해 AI 광고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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