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5%를 기록하며, 중국 지도부가 설정한 '5% 내외' 목표치에 부합했다. 중국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과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하반기 경기부양책과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선방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하지만 미·중 통상마찰 등 국내외 복잡한 경제 환경 속에서 올해 중국 경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5% 목표 순조롭게 달성···수출과 경기부양책 효과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액(GDP)이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134조9084억 위안(약 2경6748조원)으로 집게됐다고 발표했다.이는 앞서 로이터 등 외신이 전망한 4.9% 성장률 예상치보다 높은 수준으로, 중국 지도부가 지난해 설정한 5% 내외 성장률 목표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이날 함께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5.4%다. 이로써 중국의 지난해 1~4분기 성장률은 5.3%, 4.7%, 4.6%, 5.4%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은 5.4%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직후인 2023년 2분기(6.3%) 이후 6개 분기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앞서 로이터가 예상한 5.0%를 훌쩍 웃돈 것이다.
실제 중국의 12월 수출액은 달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의 대미 수출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약 490억 달러(약 72조1035억원)를 기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세 폭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수출업자들의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로써 중국의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7.1% 증가하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5.8%, 3.5% 증가하며,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외부 압력이 커지고 내부 어려움이 가중된 복잡하고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중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안정 속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점진적 경기 부양책이 적시에 시행돼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제·사회 발전 목표 임무를 순조롭게 달성했다고 밝혔다.
미중 마찰·디플레·부동산 침체···올해 5% 성장 가능할까
다만 올해 중국 경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국가통계국은 "현재 외부 환경 변화의 부정적 영향이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국내 수요가 부족하고 일부 기업이 생산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경제 운영에 여전히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 맞닥뜨렸음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향후 중국은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내수를 진작하고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의 융합발전을 촉진해 경제의 지속적인 회복세를 견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실제로 이날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산업생산은 6.2% 증가하며 중국 국내 생산과 수요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1~12월 중국 고정자산투자 누적 증가율은 3.2%로, 전달(3.3%)에 못 미쳤다. 특히 이 기간 중국 부동산개발투자는 전년 대비 10.6% 하락한 10조280억 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부동산 장기 불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다. 12월 도시 실업률도 5.1%를 기록, 전달(5.0%)에서 소폭 증가했다.
이 밖에 중국 인구도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4억 828만명으로 전년 대비 139만명 감소하는 등 3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 진작을 올해 최우선 경제 과제로 앞세운 중국 지도부는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된 통화정책을 실시할 것임을 예고해 경제 살리기에 주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새해 벽두부터 대규모 설비갱신과 이구환신((以舊換新, 중고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체) 정책 강도와 범위를 확대하는 등 소비 진작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경기 부양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압박이 중국 소비자 지출과 기업의 신뢰도에 타격을 준 탓이다. 중국의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7개월째 마이너스 증가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미·중 통상마찰이 격화할 것으로 예고했다. 이로 인해 중국 경제 성장동력인 수출이 직격탄을 입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3월 열리는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치도 5% 내외로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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