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IBK기업은행의 '미사용 보상휴가'에 대해 근로감독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은행이 시간 외 근무에 대한 보상을 현금이 아닌 휴가로 대체하고 있는데, 이게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은 정부의 인건비 총액 제한을 받고 있어, 시간 외 근무에 대해서 100% 현금 보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직원들이 쌓아 놓고도 쓰지 못하는 보상휴가가 무려 44만일에 달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IBK기업은행의 보상휴가 제도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한 근로감독을 통해 직원들의 보상휴가 관련 운영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IBK기업은행 직원 1만2619명에 대해 쌓여있는 보상휴가는 총 44만2965일에 달했다. 이를 인당 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35.1일이다. 연차 외에도 한 달 분량의 보상휴가를 쌓아놓고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사용 보상휴가가 44만일 넘게 쌓인 건 총액인건비 제도 때문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공공기관 특성상 최종적으로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예산을 사전에 확정한다. 이에 예상치 못한 시간 외 근무가 이뤄지면 이미 정해진 예산 내에서 전부 보상이 어려워 나머지는 보상휴가로 대체하고 있다. 기재부 승인이 필요한 예산 증액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2021년 10월 이후부터는 분기별로 정해진 미사용 보상휴가에 대한 현금 보상 규모마저 축소했고, 사실상 퇴직하기 전까지는 시간 외 근무에 대해 현금 보상을 받기 힘든 구조가 됐다. 퇴직할 경우엔 미사용 보상휴가에 대해 전액 현금 보상을 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직원 1인당 미지급된 시간 외 근무수당은 600만원이다. 또 보상휴가를 받는다고 해도 이미 업무가 많은 만큼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이러한 시간 외 근무 보상 체계는 다른 시중은행과도 상반된다. 통상 대부분 시중은행은 시간 외 근무가 발생하면 이를 전부 수당으로 보상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간 외 근무에 대해 현금으로 보상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보상휴가를 준다고 해도 일이 바빠서 결국 쓰지 못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청은 보상휴가제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부행장 등 임원 면담을 실시했다. 또 사측에 보상휴가 누적분 청산 등 지도를 위해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사측이 미사용 보상휴가 누적분에 대해 금품 지급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보상휴가제·미사용 보상휴가의 현금 보상 관련 사실관계는 조사 중인데, 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했다는 판단이 나오면 시정지시나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시정명령은 행정처분에 해당해 정해진 시일 내 개선 사항을 보고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지난해 이뤄진 근로감독에서 기업은행은 미사용 보상휴가 건과 별개로 시정지시 조치를 받았다. △근로조건 명시 △장시간 근로 △연장근로수당 약 1580만원 등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건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동청에서 임금체불 관련 법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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