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경영실태평가 발표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것을 놓고 시장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정치권 일정을 감안해 주요 결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성패는 경영실태평가 등급과 이후 진행되는 금융위원회 심사로 결정되는데 이 시기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 발표 예정일과 공교롭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4일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던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와 제재 절차를 투트랙으로 검토해 경영평가 등급을 우선 발표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이 1월 15일 보험사 M&A 승인 심사를 신청했고 심사 기한은 2개월"이라며 "2월 중 금융위에 경영실태평가에 대한 금감원 의견을 통보할 수 있어야 금융위에서 3월에 (M&A 승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이날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전망이 우세했기에 금융당국이 심사 일정을 명분으로 주요 결정을 사실상 미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가 이르면 3월 말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예민한 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것이다.
보험사 인수를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 입장에선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중요한 변수다. 등급은 정기검사를 기반으로 결정되는데 우리금융이 두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려면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이 대대적으로 강도 높은 검사를 벌여온 데다가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를 경시하는 조직 문화 등을 지적한 만큼 평가 등급이 3등급으로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현재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산출하기 위한 자료 취합을 진행 중"이라며 "가능하면 관련 제재, 검사와 분리해서 최대한 빠르게 경영실태평가를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결과 도출과 별개로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 원장의 '매운맛'이 중징계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금감원 조직 전반에 변화가 생기면 분위기는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현 경영진 책임을 강조하고 있어 경영진 중징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중징계 이상 제재일 경우 금융위 의결까지 거쳐야 확정되는 구조인 데다 그 이후에도 수년간 취소소송 등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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