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5년 1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전월 말(4156억 달러) 대비 45억9000만 달러(약 6조7000억원) 감소한 4110억1000만 달러(약 599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6월(4107억 달러)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가증권(주식·채권)은 3620억2000만 달러(88.1%)로 전월 대비 46억5000만 달러 감소했다. 예치금은 252억9000만 달러(6.2%)로 7000만 달러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특별인출권(SDR)은 147억2000만 달러(3.6%), IMF포지션은 41억9000만 달러(1.0%), 금은 47억9000만 달러(1.2%)를 기록했다. 금의 경우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달과 환산액이 일치했다.
지난해 12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연말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고려해 보유 달러를 한은 계좌에 넣으면서 외환보유액이 다소 늘었던 요인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연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등한 만큼 상승 방어를 위해 외환당국이 시중에 내놓은 달러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1월 원·달러 평균환율은 1455.79원이다. 이는 역대 1월 기준 외환위기였던 1998년 1월(1706.8원)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hedge·위험회피)'를 비롯한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확대도 외환보유고에 영향을 줬다. 전략적 환헤지는 해외 투자자산의 10%를 환헤지하는 적극적 운용 전략을 말하는데 환헤지에 따라 시장에 달러가 풀리면서 환율 하락 효과로 이어진다. 앞서 시장에선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에 돌입할 경우 국민연금 해외자산의 최대 10%가량인 482억 달러의 환헤지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추산했다.
권 팀장은 "지난달엔 평소보다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거래가 많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를 하는 형식으로 조달하면 환헤지 효과가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환헤지 규모를 늘리면 한은과 외환스와프 거래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거래 기간 중 외환보유액이 거래금액만큼 줄어들지만 만기 시 자금이 전액 환원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에 그친다"면서 "만기는 대체로 6개월에서 1년"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국내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강달러 기조가 계속될 경우 외환보유액 하향 추세가 가팔라지며 4000억 달러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던 2021년 10월(4692억1000만 달러) 대비 500억 달러 이상 줄었는데 2월에도 환율은 1400원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자칫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가 무너질 경우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는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2018년 5월 말(3989억8000만 달러) 이후 약 7년간 단 한 번도 없었다. 일단 지난해 연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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