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4년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다. 다만 GDP 성장률이 0.1%(속보치)에 그치면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품질 인증 부정 문제 적발로 일부 자동차 기업이 생산을 중단한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각부가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해 전체 GDP는 전년 대비 0.1% 증가해 4년 연속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10~12월 분기 GDP 성장률은 물가변동 영향을 제외한 실질 기준 전 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이는 로이터 예상치인 0.3% 증가를 크게 웃돈 수준이다. 아울러 4분기 GDP는 연율 환산 기준으로는 2.8% 증가했는데, 이 역시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QUICK이 집계한 예상치 중앙값(1% 증가)을 크게 상회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에너지 절약 가전제품 판매 증가 등 민간 소비에 기여한 반면, 반도체 관련을 중심으로 설비투자도 늘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전기 대비 0.1% 증가하며 예상(0.3% 감소)을 깨고 증가세를 나타낸 것이 영향을 줬다. 민간 소비는 3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는데, 도쿄도가 지난해 10월 에너지 절약형 가전제품 구매를 보조하는 제도를 실시하면서 냉장고와 에어컨 등 백색가전제품의 구매가 증가했다.
소비에 이어 민간 수요의 두 번째 축인 설비투자는 0.5% 증가했다. 일본 내에서 새로운 공장 건설이 진행 중인 반도체 관련 수요가 견인하면서 반도체 제조장치 수주가 호조를 보였다.
이 밖에 수출은 1.1% 증가했다.
다만 일본의 작년 연간 GDP 성장률인 0.1%는 2020년(-4.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실질 성장률은 2020년 -4.2%를 기록한 뒤 2021년 2.7%, 2022년 0.9%, 2023년 1.5%의 추이를 보였다.
닛케이에 따르면 다이하츠공업 등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발각된 인증 부정 문제의 영향으로 2024년 1~3월 분기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낮췄다.
또 일각에서는 자동차 등 수출기업 부흥을 위한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이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저 정책이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키면서 가계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60엔을 돌파하기도 했는데, 이는 엔화 가치가 3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 4일, 총리 관저에서 각료간담회를 열고 고물가 대책을 가속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로써 2023년에 GDP 성장률 1.4%였던 한국을 앞지르며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한국을 역전한 일본이 다시 한국에 추월당하게 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속보치)은 2.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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