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본토 자본과 기업들이 홍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10일 하루새 왕서방이 순매수한 홍콩증시 주식만 5조5000억원어치가 넘는다. 홍콩 증시 활황 속 중국 기업들의 홍콩행 기업공개(IPO)도 눈에 띄게 늘었다. 블룸버그는 "홍콩증시가 트럼프발 리스크의 수혜자"라고 보도했다.
중국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지난 10일 하루에만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홍콩과 중국 본토 주식 교차거래 시스템인 후강퉁(상하이-홍콩)과 선강퉁(선전-홍콩)을 통해 296억2600만 홍콩달러(약 5조5000억원)어치 홍콩 주식을 순매입했다. 이는 2014년 11월 후강퉁 개통 이래 하루 최대 순유입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취임한 이래 현재까지 홍콩 항셍지수 상승폭은 21% 급등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약 7%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중국AI 산업의 급속한 성장세가 주목받으며 중국 빅테크(대형 인터넷기업) 주식이 홍콩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는 올 들어 주가 상승 폭만 60% 넘었다.
사실 홍콩 증시는 그간 홍콩 국가안보법 시행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중국 경제성장 둔화, IPO 가뭄 속 침체기를 겪었다. 지난해 말까지 6년간 홍콩 벤치마크 지수는 33% 하락했다. 홍콩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으나, 올 들어 상황이 180도 반전된 것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미·중 간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서도 홍콩 증시 활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홍콩증시 활황 속 중국 기업들의 홍콩 IPO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초이스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올 들어서 중국 음료업체 구밍과 미쉐, 장난감 제조업체 부루커(브록스) 등 11곳이 홍콩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총 자금조달액만 128억 홍콩달러(약 2조38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억 홍콩달러를 훌쩍 웃돈다.
IPO 투자 열기도 뜨겁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홍콩 개인 투자자들이 IPO 공모주 매수를 위해 약 3530억 달러에 달하는 증거금 대출을 신청했다.
올해 'IPO 대어'도 예고돼 있다. 지난해 중국 내 판매량 기준 6위를 기록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치루이(체리)가 최대 10억 달러 규모 홍콩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최근 중국 배터리왕 닝더스다이(CATL)와 창안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 아바타도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CATL이 최소 50억 달러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며, 홍콩거래소에서 4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IPO 대어'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폴 찬(천마오보) 홍콩 재정사장(경제부총리 격)은 지난 12일 한 금융포럼 석상에서 "올해 홍콩 증시 IPO 자금조달 규모가 170억~2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홍콩 IPO 규모(110억 달러)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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