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어이 상호관세 부과를 선언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고환율에 고율 관세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미국산 에너지에 대한 각국의 보복 관세 조치로 안정적이던 유가까지 불안해질 경우 새로운 삼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은 이날 새벽부터 경영진 긴급회의를 진행하며 대응 방안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자동차·철강의 경우 이중 관세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기타 한국 제품에 최대 26%의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 내 수익성 악화와 점유율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재계는 오는 9일 발표되는 개별 국가별 실제 상호관세율을 확인한 뒤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경영진 긴급 회의를 소집해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공급망 다각화 등 그동안 준비한 액션 플랜 실행 방안을 모색했다.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선임 직후 밀려든 첫 파고라 어떤 전략으로 넘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지난달 25일 주총에서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에서 냉장고와 오븐 등도 생산할 것"이라며 "관세가 현실화하면 지체 없이 바로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상태"라고 대응책을 밝힌 바 있다.
삼성과 LG는 트럼프 관세에 대비해 미국 현지 재고를 충분히 쌓아 놓은 상황이라 당장 영업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신제품 출시가 이어질수록 관세 장벽의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LG의 핵심 생산 거점인 베트남(46%)과 인도(26%)도 한국을 뛰어넘는 고율 관세 철퇴를 맞은 터라 현지에서 제조되는 스마트폰 등 제품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현대차·기아도 수입 자동차 25% 관세 일괄 부과에 따른 미국 시장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며 해법 찾기에 나섰다. 미국 현지 생산량을 늘리면 국내 공장 생산량 감축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 순위 5위였던 한국이 현재 7~8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는 "관세 발표를 봤고 그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며 "(수입차 관세 25%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도 이중 관세를 피한 것에 일단 안도하면서 향후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