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 46%에 달하는 높은 상호관세를 결정한 가운데 베트남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언제 또다시 관세 위협이 닥쳐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베트남은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구조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베트남이 수출 시장의 다각화를 가속화하고 단일 무역 상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6%이라는 세율이 베트남 산업, 특히 섬유, 목재, 전자제품, 수산물 등 주요 수출 산업에 가져다준 심리적 충격은 엄청나다. 미국 시장에 수출하던 가격이 단숨에 절반 가까이 오른다는 것으로, 이 경우 베트남산 상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
도응옥흥 주미 베트남 무역 사무소 상무 참사관은 "이 (상호관세) 세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베트남 상품의 경쟁력은 확실히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세율이 낮은 국가와 비교했을 때 더욱 그렇다며 수산물, 플라스틱, 고무, 목재, 종이, 섬유 등의 산업이 모두 큰 영향을 받는 그룹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2025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8% 이상이라는 목표는 변함없다"고 단언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난 10일 주재한 미국 관세 대응 관련 4차 회의에서 미국 측의 '우회 수출' 우려 사항을 최대한 만족스럽게 해결하고, 관세 영향을 받는 기업과 국민을 지원하기 위해 통화 및 재정 정책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국들이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로 사용된다며 우려를 표해왔다. 따라서 베트남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 우회 수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에 베트남이 원산지를 엄격히 관리하고 무역 사기를 퇴치한다면 추가적인 미국 무역 방어 평가 위험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14~15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고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대한 공동 전선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베트남의 선택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미국과의 교역에서 큰 흑자를 기록해 온 베트남은 '서열 1위' 또럼 서기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무관세 교역을 제안했고 항공기,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대미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를 덜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호득퍽 부총리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협상에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베트남의 공급망 전환 기회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찐 총리는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녹색화, 디지털화, 빠르지만 지속 가능하고 종합적인 개발을 향해 경제를 재구조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자신의 견해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이러한 방향을 실현하기 위해 베트남은 자국 기업들에게 세금 혜택 등을 고려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베트남의 수출 경쟁력은 자체 기업들의 역량 강화에 달려 있는데 베트남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계기로 기업들의 기술 투자, 비용 통제, 부가가치 증대 노력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관측이다. 베트남 섬유기업 비엣진의 팜반비엣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상치 못한 세율’로 인해 많은 사업체가 당황하고 있다면서도 "기업들은 침착하고 점진적으로 시장 전환 로드맵을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충격은 베트남이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수출 시장을 다각화하며, 유럽연합(EU) 등과 체결한 무역 협정을 적극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찐 총리는 대립을 선택하지 않고 협상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일부 미국 상품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여 양방향 무역 균형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미국의 상호관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8% 이상의 성장 목표를 유지하면서, 시장과 제품을 재구조화하는 과정을 베트남이 글로벌 가치 사슬에 더욱 깊이 통합되도록 돕는 ‘디딤돌’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 기업은 생산 최적화부터 더 많은 교역 파트너를 찾기까지 아우르는 무역 전략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기술 개선, 프로세스 표준화, 원산지 투명성 제고에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은 더욱 지속 가능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팜쑤언홍 호찌민시 섬유 협회 회장은 "베트남 정부가 효과적으로 )미국과) 협상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기업은 생산을 유지하고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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