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기운이 완연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걷다 보면 노란 물감이 묻은 붓을 들고 있는 거대한 랍스터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석촌호수에 위치한 구립미술관 ‘갤러리 호수’ 앞에서다. 이는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필립 콜버트가 송파구에 기부한 6m 조각 작품 ‘예술가’다. 앞으로 이 자리에 영구 전시돼 석촌호수를 찾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필립 콜버트는 영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차세대 앤디 워홀’로 불린다.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사용하고 만화적 요소를 활용한 독창적인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작품마다 랍스터를 등장시키는 게 특징인데 이를 통해 필립 콜버트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그대로 표출한다.
이런 필립 콜버트의 다채로운 작품을 석촌호수 산책길 옆 ‘갤러리 호수’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이달부터 5월 11일까지 필립 콜버트 개인전 ‘랍스터 행성으로의 여행’이 열리고 있어서다. 전시장 1층에는 필립 콜버트를 유명하게 만든 ‘헌트 시리즈’ 최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헌트 시리즈는 수많은 이미지와 아이템이 넘쳐나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당신은 어떤 것을 사냥하듯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재의 충돌을 나타내는 ‘전투 시리즈’도 볼거리다. 이 시리즈는 전통적인 역사화에서 영감을 받아 전쟁 장면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게 특징이다. 특히 광고, 브랜드, 로고, 디지털 아이콘 등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 점은 흥미를 자극한다. 예컨대 필립 콜버트의 상징적 캐릭터인 랍스터가 전투 장면에서 고전 전투복이 아닌 아디다스 체육복을 입는다거나 창 대신 셀카봉을 들고 있는 식이다.
하현주 예송미술관 큐레이터는 “필립 콜버트는 예술이 우리와 동떨어져서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하면 결코 예술과 사람이 함께할 수 없다고 봤다”며 “우리 생활 속에 있는 것들을 (작품에) 사용해야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앤디 워홀의 대표작을 연상시키는 ‘꽃 시리즈’를 비롯해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오마주한 ‘생각하는 랍스터’, 헨리 무어의 누워 있는 인물을 추상적인 형태로 재해석한 ‘느긋하게 누워 있는 랍스터’ 등 각 작품마다 필립 콜버트 특유의 상상력이 녹아 있다.
하 큐레이터는 “아기자기한 랍스터 동상을 비롯해 전투 신 등 여성과 남성, 아이와 어른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전시로 인기가 높다”며 “특히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석촌호수에 전시장이 있어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립 콜버트도 이 같은 공간적 위치가 본인 작품 콘셉트, 의도와 맞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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