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후 국정 공백 속에서 맞이한 첫 국회 대정부질문이 시작됐다.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질문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내란 책임과 권한대행 체제의 정당성 등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14일 오후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 본회의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통치 정당성과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 공방이 본격화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각료들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이날 질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대행의 대정부질문 불출석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 우 의장은 "국무총리가 교섭단체의 양해나 의장의 허가 없이 일방적으로 불출석한 것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국회 출석은 헌법상 의무이며, 대정부질문은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심문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총리 권한대행이 되더라도 국회에 출석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며 "헌법과 국회를 무시한 처사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인 김영배 의원과 김병주 의원은 아직 내란이 끝나지 않았다며 민주당이 끝까지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 선언했다. 김영배 의원은 "윤석열 파면 후 첫 대정부질문은 국민이 지켜보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불출석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저항이며, 내란이 여전히 진행중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병주 의원도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서울의 봄이 도래했지만,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내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사들이 아무런 반성 없이 대선 출마를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덕수 권한대행 또한 출마설이 도는 상황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두고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김영배 의원은 "현행 헌법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구체적 권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따라서 권한대행 체제에서 중대한 인사나 정책 결정은 자제해야 하며, 현상 유지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학계와 실무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면서 "권한대행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답변했다.
한덕수 대행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과 관련해서는 외교 기밀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정상 간 통화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관련 사항은 총리실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김영배 의원은 "국민들은 이 통화를 통해 뒷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며 "이 사안은 국가 기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과의 질의에서는 내란 수사 상황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됐다.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내란 관련 피의자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행안부가 이를 단순한 사건으로 볼 일이 아니며, 큰 틀에서 수사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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