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러시아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30시간 멈추는 ‘부활절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미국이 휴전 중재에서 손을 뗄 수 있다고 경고한 지 하루 만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미국의 휴전 중재를 무시하고 있다며 휴전 연장을 역제안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면담하면서 “러시아는 (모스크바 현지시간으로) 오늘 18시부터 21일 0시까지 부활절 휴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측도 우리의 본보기를 따를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휴전 동참을 촉구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완전한 휴전이 유지된다면, 우크라이나는 휴전을 부활절인 20일 이후까지 연장할 것을 제안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30시간이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지만 진정한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부족하다”며 “30일이라는 시간은 평화를 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휴전 명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가 있은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두 당사국 중 한쪽이 상황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면 우리는 ‘당신은 바보다. 우리는 (더 이상의 중재 노력을) 사양하겠다’고 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우크라이나와 회동한 뒤 평화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미국이 중재 역할에서 손을 뗄 수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자국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부분 휴전’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나 러시아가 잇달아 선결 조건을 요구하며 사실상 휴전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푸틴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휴전 제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 달래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휴전 선언은 트럼프 행정부에 러시아가 평화 협상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 CNN 방송은 이번 휴전 선언이 실제 교전 중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양측 모두가 상대를 신뢰하지 못할 존재로 부각하기 위해 휴전 위반과 교전 중단·재개 등의 상황을 이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WSJ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휴전 선언은 미국이 발을 빼려는 것을 막고 자신을 평화를 가장 절실히 원하는 지도자로 포장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러시아-유라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은 “매우 짧은 시간의 휴전이라면 (푸틴 대통령에게는) 잃을 것이 없고, 자신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중재로 전쟁포로를 246명씩 교환했다고 각각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응급치료가 필요한 포로 31명도 추가로 돌려받아 총 277명이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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