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향해 해임까지 거론하며 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압박이 지속될 경우 주식과 채권의 투매 현상이 벌어지는 등 금융시장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월가와 연준 인사들이 경고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글로벌 정책 전략팀 총괄은 21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정말로 해임하려 한다면 채권 금리 상승, 달러 가치 하락, 주식 투매 등 강한 시장 반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연준의 독립성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 이는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는 기준을 강화하는 셈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12.3% 하락하는 등 미 증시가 부진하고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 넘게 떨어지는 가운데 이 같은 투자자들의 '셀 아메리카' 현상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윌 콤퍼놀 FHN파이낸셜 거시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당연히 주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한 번 신뢰를 잃으면 이를 되돌리기란 매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파월 의장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날 CNBC에 출연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침해될 경우 결국 고물가와 저성장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굴스비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장기적으로 방해가 있으면 힘든 순간에 놓였을 때 금리 인상이란 어려운 일을 수행할 의지가 줄어들 수 있다"며 "이는 곧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악화, 높은 실업률로 귀결됨을 의미한다"라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스터 투 레이트'(의사결정이 매번 늦는다는 것을 비꼰 표현)이자, 중대 실패자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있을 수 있다"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도 "내가 파월 의장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하지 않으면 해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면 파월 의장은 내년 5월 임기 만료 전에는 사임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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