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예견된 공기 연장"...안갯속 빠진 국내 첫 해상공항

사진국토교통부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사진=국토교통부]


사업 추진 단계부터 연약지반으로 안전 우려를 불렀던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2029년 12월 개항이 사실상 무산됐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연약지반 매립 등 공사 난이도를 고려할 때 공사 2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국토교통부에 밝히면서다. 부산시와 정치권은 반발하고 국토부도 재입찰 가능성까지 시사하지만, 애초부터 무리한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달 28일 공사 기간을 108개월(9년)로 제시한 기본설계 도서를 제출했다. 공사기간이 입찰 당시 조건이었던 84개월(7년)보다 24개월(2년)이 늘어난 것이다. 공사비도 정부가 제시했던 10조5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 증액됐다. 

이에 국토부는 제출한 기본설계안에 대한 보완과 함께 공사기간을 다르게 제시한 구체적 사유 및 설명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 측이 설계를 보완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다음 입찰 방식 등을 신속하게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며 재입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지역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거세다. 부산시의회는 이날 "정부의 현대건설 컨소시엄 기본설계안에 대한 엄정 대응과 사업 지연 논란을 불식시킬 확고한 입장 표명 등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가덕도신공항 2029년 12월 적기 개항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현대건설은 고난이도 공사인 탓에 공사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공기 연장에 따른 자재값·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현재 측정된 공사비로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현대건설은 다방면으로 내부 검토를 한 끝에 내린 결론인 만큼 108개월 공사기간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방침이다.

만약 국토부가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입찰을 해도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미 지난해에도 4차례 유찰과 입찰 조건을 완화하는 험난한 과정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현재 컨소시엄에 현대건설(지분율 25.5%)과 대우건설 (18%), 포스코이엔씨(13.5%)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비슷한 공사 역량을 갖춘 대형 건설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업 초기부터 가덕도 일대는 깊고 연약한 지반에 대한 안정성 우려가 나왔다. 부등침하(불규칙하게 가라앉는 현상)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활주로가 '바다-육지-바다'로 이어지는 지반 위에 놓이게 되면서 육상과 해상 연약 지반의 지지력 차이 때문이다. 해상을 매립해 만든 일본 간사이 공항도 매년 침하하고 있다. 결국 가라앉는 만큼 잭으로 밀어올려 공간에 철판을 밀어넣는 ‘잭업(Jack-Up) 공법'을 추가 실행했고, 매년 보강 공사를 하면서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정충기 서울대 건설환경공학 교수는 "공기·공사비는 전문가가 기술 타당성 검사 및 지반 조사를 한 뒤 정했어야 했다"며 "PBD(플라스틱 보드 드레인)와 DCM(대심도 시멘트 혼합) 공법은 연약 지반 개량할 때 많이 쓰는 공법이지만 아직 대규모·대심도 공사에 적용한 국내 사례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안정성 우려에도 개항 시기를 2029년 12월로 무리하게 추진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초 개항 시점은 2035년 6월이었으나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의식해 5년 반을 앞당겼다.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제정해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무안공항도 사방으로 목포·광주·군산·충주 공항이 있어서 추가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며 "김해 공항 활주로를 조정해 훨씬 더 편리하고 큰 공항 운용할 수 있는데 엄청난 국고를 낭비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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