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7일 개막...첫 아시아계 교황 나오나

  •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 2인자로 온건하고 실용적인 성향

  • 타글레 추기경은 아시아 출신의 대표적 진보 인사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 추기경가운데이 지난달 23일 수요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을 운구하는 행렬에 참여했다 사진AP·연합뉴스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 추기경(가운데)이 지난달 23일 수요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을 운구하는 행렬에 참여했다. [사진=AP·연합뉴스]


로마 카톨릭의 제267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오는 7일(현지시간) 막을 올린다. 교황청 내 다양성을 존중하는 진보적 색채가 짙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계 교황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5일, 콘클라베에 참여할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 전원이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 선거인단은 70개국 출신으로 사상 최다 국적이면서 최다 인원으로 구성됐다.

콘클라베는 7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특별 미사로 시작된다. 첫날에는 한 차례, 이후에는 매일 네 차례의 투표가 진행된다. 3일간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하루 동안 투표를 중단하고 기도와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후보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전체 추기경 중 3분의 2, 즉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특히 이번 콘클라베에서 주목할 점은 선거인단 133명의 추기경 중 108명, 약 80%가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중 임명된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존에 추기경을 배출하지 못했던 국가 출신 인사들을 과감히 등용해 교황청의 다양성과 진보적 지향을 강화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이 와중에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는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추기경과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필리핀) 추기경이다. 세계 최대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에 따르면 현재 파롤린 추기경과 타글레 추기경은 교황 선출 가능성이 각각 27%, 20%로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교황청 국무원장을 맡고 있는 파롤린 추기경은 지난달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10년 넘게 보좌해 그의 오른팔이자 교황청 2인자로 불린다. 그는 온건하고 실용적인 성향으로 평가받으며, 베트남·북한·이스라엘·중국 등 바티칸과 외교적으로 긴장 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중재자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2018년 중국과 체결한 주교 임명권 협정이 그의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당시 그는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중국 내 주교를 중국 정부가 추천한 인물들 중에서 교황청이 최종 선택하도록 하는 협정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중국 내 주교 임명권을 중국 정부에게 넘긴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타글레 추기경은 아시아 출신의 대표적 진보 인사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계승할 인물로 주목받는다. 로이터통신은 그를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라고 소개하며, 전임 교황의 개혁적이고 포용적인 행보를 이어갈 후보라고 분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통적 교황 후보군인 유럽이 아닌 아르헨티나 출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 출신인 타글레 추기경의 부상은 지리적 다양성과 개방성을 반영하는 상징이 될 수 있다. 그가 교황으로 선출될 경우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교회의 쇄신과 개방 의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직후에는 파롤린 추기경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으나 이후로는 타글레 추기경의 당선 가능성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표심은 아직 유동적이라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싱가포르의 윌리엄 셍 체 고 추기경은 이탈리아 매체 일 메사게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교황에 대한 질문에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도 누가 될지 정말 모른다”고 말했다. 빈센트 니콜스 영국 추기경도 “내가 생각하는 리스트는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며칠 동안 계속 바뀔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교황청에서 고위직을 맡기도 했던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은 “첫 2번의 투표는 방향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고, 이후 우리는 의견을 모으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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