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 최초로 교황 자리에 오른 레오 14세(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69)의 과거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국적임에도 페루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사연 때문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8일(현지시간)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를 통해 제 267대 교황에 올랐다. 미국인 최초이자 아메리카에서 태어난 두 번째 교황이다. 전임자인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아르헨티나)에 이어 2연속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 나왔다.
교황청 선임 부제 추기경은 이날 오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교황 선출을 알리는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친 뒤 새로운 교황이 나왔음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신학교에 들어가 교황청립 안젤리쿰 대학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2년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학업에 열정이 있었던 레오 14세 교황은 신학과 별개로 펜실베니아주 빌라노바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학업을 마친 뒤 주로 페루에서 활동한 그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에 의해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 교구로 파견됐다. 이 교구는 빈민가와 농촌 지역을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는 페루 시민권도 받았다.
이후 그는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명에 따라 라틴아메리카 위원회 위원장과 주교부 장관직을 수행했다. 주교부는 주교 선출 등 인사를 총괄하는 교황청 내 주요 부서다. 같은 해 추기경에도 서임됐다.
개혁 성향이 짙었던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레오 14세 교황은 조금 더 보수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신학적으로 중도적이고 신중한 편이기에 보수파와 개혁파의 갈등을 잘 중재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번 레오 14세 교황의 선출은 다소 이변이었다. 콘클라베에 앞서 교황청 국무원장을 지낸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추기경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으로 일한 안토니오 타글레(필리핀) 추기경이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대니얼 로버 코네티컷 성심대 교수는 레오 14세 교황의 선출 배경으로 행정 경험과 함께 바티칸 관료주의에 덜 물든 것이 다른 추기경들에게 투표 과정에서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한편,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한 미국인 추기경의 수는 무려 10명으로 17명이 투표권을 가진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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