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올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경영 유의·개선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저금리와 유동성 과잉 속에서 운용업계가 급팽창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자산운용사들이 받은 금감원 제재는 총 27건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인 2024년에는 같은 기간 제재 건수가 20건 △2023년 3건 △2022년 6건 △2021년 3건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2010~2024년 연 평균 제재 건수는 8건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제재 건수가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의 제재는 이미 확정된 위반 사실에 따라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제재가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되기에 올해 제재가 많다는 것은 앞서 많은 잘못이 적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전날 페블즈자산운용에 대해 과태료 2400만원을 부과했다. 페블즈자산운용은 2020년 6월 10일~2021년 6월 28일 기간 중 4차례에 걸쳐 기업거래·부동산 등에 대한 금융자문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지난 9일 금감원 제재를 받은 케이지티자산운용은 2021년 회사의 업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을 110여 일간 지연보고 했다는 이유로 1200만원의 과태료를 받았다. 또 이 회사 대표이사는 금융투자상품 매매 제한을 위반했으며 상근 임원 중 하나는 2020~2021년에 걸쳐 겸직금지를 위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과열됐던 투자업계의 후유증이 뒤늦게 수면에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금리와 유동성 과잉 속에 자산운용업 규모가 급팽창했다. 업계가 빠르게 커지며 관리 미흡과 내부통제 부실 등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유동성이 쏠렸는데, 이후 시장이 급격하게 식으면서 부실과 함께 다양한 문제들이 쏟아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 투자확대 국면에서 자산운용사들이 절차와 리스크 관리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당시 발생했던 문제들이 절차를 거쳐 처벌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자산운용사에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자산운용사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순자산가치(iNAV) 산출 오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배당금 축소 지급, 운용사 간 보수 인하 경쟁 심화 등 이슈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산운용사들의 관리 감독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금감원은 검사도 예고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10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운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펀드 가격 산정에서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며 "상품 운용 및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