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 빨간불] 고삐풀린 농수산가격이 소비자물가 자극…'S 공포' 짙어지나

  • 이상기후로 농수산물 가격 급등…들썩이는 먹거리 물가

  • 4분기째 저성장 경기 침체 국면…소비자물가 자극 우려

  •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시 통화정책 여력 줄어 리스크↑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기후 현상으로 주요 농수산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기후플레이션'이 눈앞에 닥쳤다. 급격하게 오른 농수산물 가격이 밥상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가까스로 안정된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올해 내수와 수출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0%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후플레이션으로 소비자물가마저 재반등하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의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국가통계포털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국민들이 주로 소비하는 수산물 가격이 급등세다. 지난해 4월보다 김과 고등어는 각각 25.5%, 11.6%나 뛰었다. 또한 새우(9.5%), 마른오징어(7.1%), 갈치 (6%), 조기(4.9%), 명태(4.6%) 등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며 밥상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외식에서는 생선회 가격이 1년 전보다 5.4%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전체 수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6.4% 증가했는데 이는 2023년 3월(7.4%)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세다.

농산물 가격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당근 소매 가격은 지난 14일 기준 ㎏당 4536원으로 평년 대비 9.01% 뛰었다. 상추 소매가격(100g)과 깻잎 소매가격(100g)도 각각 평년 대비 7.2%, 5.7% 높은 상황이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아주경제 그래픽팀]
여기에 세계식량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하며 우려를 키운다. 지난달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0% 상승한 128.3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1년 새 7.6% 상승했다. 국제 식량 가격은 일정 기간을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비자물가는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농수산물 가격이 널뛰는 이유는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 겨울철 한파와 폭설, 가뭄 등 이상기후 여파로 생산이 감소하면서 공급이 불안정해진 탓이다. 특히 수산자원은 고수온 영향으로 기존 연근해에 형성돼 있던 어장이 먼바다 또는 북쪽으로 이동하고, 수산물 밀도가 낮아지면서 수급이 불안정해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굴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36.6% 감소했으며 이는 산지 가격 증가(16.5%)로 이어졌다. 이밖에 주요 소비 품목인 고등어(-31.8%), 미역(-67.8%), 전복(-44.1%) 등 감소도 두드러졌다. 

문제는 향후에도 여름철 노지채소 가격 등 일부 농수산물이 이상기후에 따른 공급 감소가 예상되면서 물가 안정 흐름에 복병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먹거리 물가가 계속해서 안정되지 않으면 2%대로 안정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다시 들썩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0%대 저성장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고물가 압력까지 덮치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우리 경제는 4분기 연속 0.1% 이하로 성장하며 이미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기 하방 압력을 고려하면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지만 스태그플래이션이 닥치면 이조차 불가능해진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성장률이 떨어지는데 물가가 오르고 있으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상당한 편"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경기 부양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비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부각되면 통화정책을 통한 대응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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