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FTA 재부상] 전문가들 "생존이냐 착시냐"…통상·안보 전략 시험대

  • 무역 적자 243억 달러…구조 변화 가능할까

  • "외교 갈등·감정 변수 무시 못 해"

  • "기술·통관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3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차 한·일·중 경제통상장관회의에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왼쪽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3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차 한·일·중 경제통상장관회의에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왼쪽),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중단됐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갈등이라는 대외 환경 변화가 논의를 재개하게 된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한·일 FTA가 한국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무역 불균형과 국민 감정, 산업 구조 문제 등 현실적인 장애 요인 역시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2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대일 무역에서 약 24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989년 이후 30년 넘게 이어진 구조적 적자는 일본이 첨단소재와 기계류를 수출하고 한국은 이를 수입해 가공과 재수출에 활용하는 산업 구조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FTA를 체결하면 양국 간 무역량 확대는 가능하지만 산업 간 이해관계를 사전에 조율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일 FTA는 단순한 무역 확대가 아니라 전략 물자 확보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자 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달리 양자 간 체결되는 FTA는 협상과 이행 과정에서 더 유연하기 때문에 한국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양국 간 관세율은 이미 낮은 편이라 관세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FTA의 핵심은 비관세 장벽 완화와 통관 절차 간소화에 있다"며 "이런 제도 개선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자동차 같은 주력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실질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FTA 체결이 무역적자를 더 악화시킬 수 있고 역사 인식이나 외교 갈등이 커지면 사회적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며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에 대해 단기적 보호 정책이 반드시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03년 추진됐던 한·일 FTA는 당시 산업계 반발과 반일 감정 확산으로 결국 중단됐다"며 "지금은 CPTPP 가입을 우선 추진하고 한·일 FTA는 보완 협정으로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CPTPP는 일본이 주도하고 있지만 다자 협정이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은 비교적 작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산업통상 전문가는 "한·일 FTA는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협력을 확보하려는 한국 기업에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농수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지역 산업의 반발,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 대일 무역 불균형 지속 가능성 등 현실적인 과제가 여전히 많다"며 "정부는 CPTPP와 조화를 이루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기술과 표준, 통관 등 실무적인 협력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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