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20‧30대 청년층 등이 참석한 공공 독서모임에서 정치·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진단과 함께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 시장이 독서를 매개로 극단의 진영 갈등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며 중도 정치인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24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서울시 공공 독서모임 힙독클럽의 노마드리딩 행사에 참석해 네덜란드 철학자 바르트 브란트스마의 저서 ‘우리는 왜 극단에 서는가’를 추천했다. 오 시장은 “중도의 자리에서 통합과 공존을 다루는 책으로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길 원하는 분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있다”며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힙독클럽은 서울시가 만든 전국 최초의 공공 독서모임이다. 지난 4월 모집을 시작해 단 2시간 만에 1만명 정원이 마감됐다. 이날 노마드리딩은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에 맞춰 보라매공원에서 진행됐다.
오 시장이 추천한 '우리는 왜 극단에 서는가'에서 저자는 양극화 사회를 주도하는 다섯 유형을 주동자, 동조자, 방관자, 중재자, 희생양으로 분석한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주동자’에 대해 “흑백논리를 펴며 자신만 옳다는 ‘도덕적 독선’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주류가 되면 통합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재자’에 대해 “양극화에 대해 행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하며 “저는 중재자적인 언어를 쓸 때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장만 외치는 분들에게는 ‘약자와의 동행’이 있어야 공동체가 존속할 수 있다고 말하고 복지만 외치는 분들에게는 성장으로 곳간을 채우지 않으면 입으로만 ‘약자와의 동행’을 떠드는 세상이 올 것이라 말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지금의 정치는 극렬한 주동자가 돼 증오를 부추기며 극한 갈등의 숙주 구실을 한다”며 “중간 지대가 자꾸 위축되는 악순환이 나타나지만 통합과 연대의 길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의 자리는 중재자의 위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중도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정치에 과몰입하면 중도의 존재감이 약해 보일 수 있지만 실은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는 분들”이라며 “중도층 덕분에 통합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진영 간 극한 대립에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토로하는 상황에서 중도 색채가 강한 오 시장이 국민통합을 화두로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책의 요지가 평소 오 시장이 가진 문제의식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청년 세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전했을 뿐 정치적 목적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5일 발표한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92.3%가 진보와 보수 간 정치 갈등을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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